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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중원의 영웅들이 승리를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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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중원의 영웅들이 승리를 쏜다

입력
2006.06.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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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보다 ‘지휘관’이 뜨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포지션은 스트라이커다. 골이 모든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 독일월드컵에서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티에리 앙리, 안드리 셉첸코, 뤼트 판 니스텔로이 등 세계적인 골잡이들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미드필더들이 승패를 좌우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 베컴 등 경기별 최우수선수에 9명 뽑혀

16일 오후 9시(한국시간) 현재까지 벌어진 20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이 선정한 경기별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에는 잉글랜드-트리니다드토바고전의 데이비드 베컴(31ㆍ레알마드리드)과 스웨덴-파라과이전의 프레데리크 융베리(29ㆍ아스널) 등 미드필더 9명이 포함돼있다. 대체로 최우수선수가 승부를 결정지은 득점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상당히 많은 숫자다. 공격수는 미드필더보다 불과 1명 많은 10명이고 수비수가 1명이다.

데이비드 베컴은 잉글랜드의 16강행을 결정지은 16일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결승골의 주인공 피터 크라우치를 제치고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이날 베컴은 90분 내내 날카로운 패스로 동료들에게 수차례 슛 찬스를 만들어줬고, 후반 38분 마침내 문전의 크라우치의 머리에 정확하게 공을 배달했다.

TSG의 로드리고 켄톤 위원은 “베컴은 적절하게 경기의 흐름을 조율했으며, 결승골로 연결된 크로스는 정말 일품이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파라과이와의 1차전에서도 절묘한 프리킥으로 파라과이 가마라의 자책골을 이끌어냈던 베컴은 잉글랜드가 치른 2경기에서 모두 승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 ‘황금 오른발’의 힘을 입증했다.

스페인이 우크라이나를 4-0으로 완파한 지난 14일 경기의 최우수선수 역시 2골을 넣은 다비드 비야도, 1 득점에 비야의 페널티킥을 유도한 신예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토레스도 아니었다.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스페인 공격의 물꼬를 튼 미드필더 사비(26ㆍ바르셀로나)가 주인공이었다. 전문 키커를 맡고 있는 사비는 이날 세트 피스에서 알론소의 헤딩골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TSG 위원 앤디 록스버그는 “스페인은 훌륭한 오케스트라 같았고, 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바로 사비였다. 그는 경기 전체를 조율했다”고 평했다.

프랑스의 클로드 마케렐레(33ㆍ첼시), 잉글랜드의 프랭크 램퍼드(28ㆍ웨스트햄) 등도 최우수선수로 뽑힌 미드필더들이다. 본임인 지휘관 외에 해결사 역할까지 해낸 미드필더들도 있었다. 13일 가나전 3-0 승을 이끈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피를로(27ㆍAC밀란)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 외에 첫 골까지 성공시켰다. 호주의 팀 케이힐(27ㆍ에버턴)은 12일 일본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에 교체 출전, 일본 진영을 휘젓고 다니다 순식간에 2골을 성공시켜 승부를 뒤집었다. 브라질의 ‘꽃미남 ’ 미드필더 카카(24ㆍAC밀란)도 14일 크로아티아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냈다.

TSG 위원들은 “경기의 승패는 중원에서 결정되며 사비나 마케렐레처럼 중원 싸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선수들을 보유했다면 반 이상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미드필더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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