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2001년 12월 외국 보험사와 체결한 ‘이면계약’에 대해 대법원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화의 대생 인수를 원천 무효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졌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는 ‘대생 인수 무효’ 국제중재를 신청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예보와 한화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16일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의 입찰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은 한화가 대생 인수 컨소시엄에 호주 맥쿼리생명을 참여시키는 대가로 모든 비용을 한화가 부담하기로 이면계약을 체결한 것을 입찰방해로 보고 이를 주도한 김 부회장을 기소했다가 무죄가 선고되자 상고했었다.
재판부는 “입찰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2인 이상의 경쟁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대생 입찰에 한화 컨소시엄만 최종 참여한 만큼 입찰방해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이 옳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부실 계열사를 인수하도록 해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전윤철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15억원의 뇌물을 제공하려 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해 원심대로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났다고 해서 국제중재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형사적 판단과 민사적 판단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올해 안에 중재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화 측은 “대법원 판결은 한화의 대생 인수 과정이 법률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라며 “예보는 무의미한 국제중재 신청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보는 1일 “한화가 맥쿼리생명과 이면계약을 맺고 대생 지분 51%를 인수한 것은 인수자격 요건에 어긋나기 때문에 무효”라며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할 뜻을 비쳤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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