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만들어낸 200인의 얼굴, 아이콘 1ㆍ2
바버라 캐디 지음, 장-자크 노데 사진편집ㆍ박인희 옮김/거름 발행ㆍ각권 1만4,900원
20세기 말에 지난 역사를 100년, 1,000년, 2,000년 등 딱 떨어지는 단위로 정리하는 작업이 봇물을 이뤘다. 통시적으로 역사를 조감(鳥瞰)하거나, 대표 인물을 가려 뽑는 식이었다.
‘차이를 만들어 낸 200인의 얼굴, 아이콘’도 그런 책이다. 2000년까지 정치 과학 문화 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인류나 해당 분야에 밝은 빛을 비추거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200명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책이다. 1998년 미국에서 나왔고, 어찌 보면 이미 흘러가 버린 유행가 같은 느낌이지만, 상당한 내공이 들어 있는 책이다.
인물 선정 방식부터 여느 책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저자나 한 잡지, 출판사의 ‘원맨쇼’가 아니라 1,000명의 전 세계 자문단을 선정하고 그들의 의견을 받느라 기획에서 발간까지 5년이 걸렸다.
자문단들은 미국 서부출판협회 회장을 지낸 저자 바버라 캐디가 보낸 명단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과 ‘빠져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뒤 ‘명단에서 빠져야 하는 인물’, ‘자신이 추천하는 인물’을 덧붙였다.
이런 작업이 되풀이 됐고, 사진은 유명 사진편집자인 장-자크 노데가 전 세계 사진 아카이브를 뒤져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로버트 카파 등 신화적 사진가의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찾았다.
몽상가, 혁명가, 폭군, 유행의 창시자, 여론 형성자…. 지그문트 프로이드, 월트 디즈니, 베니토 무솔리니, 달라이 라마, 체 게바라, 테레사 수녀, 마하트마 간디, 알베르트 슈바이처, 알 카포네와 같이 경탄 혹은 공포, 존경, 비난의 대상이 됐던 인물들의 약전(略傳)과 흑백 사진들은 20세기 인류의 역사를 찬찬히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은 껄끄러운 대목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게 약점이라기 보다는 비판적 독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열린 통로 역할도 한다.
우선 철저한 미국 중심, 서양 중심 시각이다. 아시아에선 11명만 선정됐는데, 동아시아는 중국의 마오쩌둥 장칭(마오의 아내) 일본 왕 히로히토 등 죽음의 냄새가 나는 3명 뿐이다. 아프리카도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가 전부다.
대신 듣도 보도 못한 미국인들은 수두룩하다. 도대체 누군지도 모르는 미식축구 선수 조 나마스가 역사에 무슨 영향을 미쳤는지 우리로선 납득 못할 일이고,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 서부영화의 히어로 존 웨인,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는 저자의 우월적 시각 때문은 아니다.
“미국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20세기를 미국이 주도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세기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되려 공정성을 의식해 아시아 몇 명, 아프리카 몇 명식으로 지역 안배를 하지 않은 점이, 현재 미국인들이 지난 100년을 보는 시각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 주는 장점일 수도 있다.
여기에 ‘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는 나오는데, 이란혁명의 호메이니가 빠진 이유는’, ‘마르셀 프루스트는 되는데 토마스 만은 왜 안 되는지’등 이유를 생각해 보거나, 200명 리스트에서 인물들을 넣고 빼는 첨삭을 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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