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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에릭손 감독님 저 잘 뽑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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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에릭손 감독님 저 잘 뽑았죠?"

입력
2006.06.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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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나타난 꺽다리 피터 크라우치(25ㆍ리버풀)가 번개 헤딩슛으로 잉글랜드를 16강에 올려 놓았다.

크라우치는 16일(한국시간) 2006 독일월드컵 B조 예선 2차전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후반 38분 데이비드 베컴(31ㆍ레알 마드리드)이 오른발로 올린 공을 큰 키(198cm)를 이용해 골문에 내리 꽂아 결승 선제골을 뽑았다.

상대 수비수의 자책골로 1차전 파라과이전을 어렵사리 이겼던 잉글랜드는 이날 비기기 전략으로 나선 트라니다드토바고의 그물 수비에 고전했다. 마이클 오언(27ㆍ뉴캐슬 유나이티드)은 공을 거의 잡지 못했고 후반 교체 투입된 웨인 루니(21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부상 후유증 탓인지 주춤거렸다. 관중석의 잉글랜드 팬들의 표정에는 스웨덴에 이어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그물에 잉글랜드까지 걸려드는 게 아니냐는 불길한 예감마저 느껴졌다.

바로 이 때 크라우치의 머리가 그물을 갈랐다. 이어 8분 뒤(46분) 스티븐 제라드가 전매 특허인 왼발 중거리 슛을 성공시켜 2-0 승리를 완성했다. 축구종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순간이었다.

크라우치는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58)의 히든 카드. 에릭손 감독이 A매치 9경기 밖에 뛰지 않은 그를 월드컵 공격수 4명에 포함시켰을 때만 해도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을 떠나는 에릭손 감독으로서는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우승 이후 40년 만에 우승컵을 안겨달라고 아우성치는 잉글랜드 국민들을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엇’이 필요했고 크라우치가 바로 그 무엇이었다.

여태껏 잉글랜드는 루니, 오언 등 작고 발 빠른 ‘다람쥐형’ 공격수가 이끄는 빠른 공격을 주로 했다. 에릭손 감독은 여기에‘기린형’공격수 크라우치를 더했다. 그의 가공할 만한 헤딩 슛을 이용하거나, 그의 머리에 공을 맞힌 뒤 떨어진 공을 다른 공격수가 골로 마무리하는 길을 택했다.

크라우치는 자메이카와 평가전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에릭손 감독을 흡족케 했다. 또 엉거주춤‘로봇 춤’골 세리머니를 선보여 루니의 부상으로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띄웠고 팬들 역시 그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의 인기가 치솟자 영국 출신 인기 록그룹 콜드플레이(Cold Play)는 지난 주 “피터 크라우치를 위한 싱글 앨범을 내겠다”고 깜짝 발표까지했다. 그들은 즉석에서“소파에서 일어나 당신이 하는 일을 멈추고 크라우치를 보라”는 노래를 불렀고 팬들은 환호했다.

이날 승리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에릭손 감독으로서는 21일 조국 스웨덴과 마지막 대결에서 부담을 덜게 됐다. 더구나 이날 파라과이를 꺾어 승점 4를 확보한 스웨덴은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21일 잉글랜드전에서 최소한 비기거나, 이겨야 하는 상황. 에릭손 감독으로서는 조국의 운명을 자기 손으로 쥐락펴락하는 짜릿함까지 덤으로 얻은 셈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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