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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시장에 맞서는 戰士권력의 재앙

입력
2006.06.1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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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계급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경제학의 역사는 200년을 훌쩍 넘지만 복잡하고 다루기 힘든 경제현상을 통일적으로 설명하고 분석하고 예측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 이래 사회적 부의 생산과 분배에 관한 법칙적 이해를 위해 헌신한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당대의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존경 받기보다 조롱거리나 화풀이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 전망만 늘어놓는다고 '우울한 과학(토마스 칼라일)'으로 매도됐고, 공허한 논쟁에 매달린다고 "모든 경제학자들을 드러눕혀 쭉 이어봐도 그들은 결론이라는 곳에 도달하지 못할 것(버나드 쇼)"이라는 독설도 들었다.

그 중에서도 즐겨 인용되는 비난은 "언젠가 외팔이(one-handed) 경제학자를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미국의 해리 트루만 대통령의 말이다. 경제학자들로부터 주요 정책의 필요성과 효과를 장황하게 들어(on the one hand) 귀가 솔깃해질 쯤이면, 꼭 '다른 한편으로(on the other hand)…'라고 토를 달며 정책의 부작용과 역기능을 얘기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이다.

장밋빛 공약으로 유권자의 환심을 사야 할 정치인들로선 "어떤 선택이든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고 딴지를 거는 경제학자가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러나 외팔이 혹은 선무당 경제학자만이 넘쳐날 때 한 국가가 어떤 재앙을 맞는지를 보여주는 우화를 보면 그래도 두 팔 가진 경제학자가 백번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옛날 어떤 마을에 독사가 창궐하는 바람에 나물 캐던 처녀들이 물려 죽는 일이 빈발했다. 고심하던 관은 독사 포획에 포상금을 내걸었다.< p>

그런데 사람들이 잡아오는 독사가 점차 줄기는커녕 더욱 늘어나는 게 아닌가. 집집마다 독사 사육에 나선 까닭이다. 관은 포상금제를 폐지했다. 그러자 처녀는 물론 애 어른 할 것 없이 독사에 희생됐다. 사람들이 집에서 기르던 독사를 마구 내다버렸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든 사회주의 체제든, 시장은 오묘하면서도 변덕스럽고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이를 다루는 손길은 신중하고 섬세해야 한다. 시장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공권력으로 때려잡을 수도, 폭탄으로 터뜨려버릴 수도 없다. 성격과 생리를 잘 연구해 자원배분 왜곡 등 심술을 부리지 않도록 달래고, 독점 담합 투기 등의 교란요인이 끼어들 틈이 없도록 감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꼭 과욕을 부리게 된다. 도덕군자처럼 시장의 냉혈성을 질타하고, '정권 불패'를 외치며 시장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덤벼드는 것이다. '헌법만큼 고치기 힘든 정책'을 공언하는 이 정부의 큰 소리도 그런 아류다.

더욱 가관인 것은 법학 행정학 빈민학 사회복지학 등으로 무장한 정권의 전사와 나팔수들에게 주눅든 경제 테크노크래트들의 초라한 모습이다. 2%의 집부자와 10%의 고액소득자를 겨냥한다는'초정밀 부동산ㆍ세금 유도탄'이 결국'양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안길 줄 뻔히 알면서도 "정권에 맞서면 모두가 죽음"이라고 헛소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나의 목표에 다양한 수단이 존재하고 하나의 수단은 다양한 목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의 상식이다. 정책목표가 아무리 옳다고 해도 전제가 틀리고 수단이 잘못되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얘기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토가 모든 경제이론에 따라붙고,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나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등 모순된 인과관계를 붙들고 경제학자들이 씨름하는 이유다.

세금 부동산 금리 환율 물가 고용 복지 등 어떤 정책이든 일단 시장에 떨어지면 무수한 변종을 낳게 마련이다. 경제하는 사람들의 시야가 넓고 크고 깊지 않으면 시장은 독사의 혀를 널름거리며 복수를 꾸미게 된다. 외팔이 또는 외눈박이 사고로는 이 말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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