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1.08이라는 발표에 이어 드디어 정부의 저출산ㆍ고령화 기본 계획인 '새로마지 플랜 2010'이 제시되었다. 사실 저출산은 복잡한 원인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건강한 출산과 양육을 보장하지 않는 이 사회에 대한 '여성'들의 불신이 표출된 결과로 보인다.
남성에 뒤지지 않는 학력, 취업의 열망이 있는 여성들의 출산ㆍ양육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시키는 그 무엇인가가 없는 한 저출산은 해결되기 어렵다. 고령화 현상은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긴급성이 있다.
● 저출산 근본원인은 성차별적 역할 분담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이번 플랜은 저출산ㆍ고령화라는 위기를 삶의 질 향상과 선진화의 기회로 포착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저출산과 관련하여 가족친화적ㆍ양성평등적 사회문화 조성을 강조한다는 점이 부각된다.
이는 아무리 출산ㆍ양육에 대해 경제적 지원을 하고 보육ㆍ교육의 인프라를 구축해도, 가정과 사회에서의 성차별적 분담 기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기존 대책의 시행착오를 극복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유럽에서 출산정책이 성공적이지 않은 국가의 경우, 예외 없이 남녀 간 전통적 성별 분업이 그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일본 역시 출산에 대한 경제적 지원, 보육 인프라 확충 등을 시도하였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최근 양성 간 평등을 강조하는 '신신앤젤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출산과 양육은 인간에 대한 돌봄과 오랜 시간에 걸친 책임감, 그로 인한 부담을 수반하기 때문에 저출산은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아이 밥 먹여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또 데려오는 사람, 아픈 아이 병원 데리고 가느라 지각하고 조퇴하고 결근하는 사람, 숙제 봐주고 학원을 알아봐야 하는 사람이 주로 '엄마' 즉 여성인 한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한편 고령화 대책에서는 안전한 주거공간, 생산적 여가문화프로그램 등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또 다른 방안들이 제시되어, 향후 고령사회의 예견되는 문제들을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그러나 개별 가정이 수행해 오던 노인 돌봄의 역할을 어떻게 사회가 분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어들고, 아이와 노인 그리고 취약자에 대한 돌봄을 맡아 하던 여성들이 빠른 속도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개별 가정은 더는 돌봄의 여력을 남겨놓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자립이 불가능한 노인에 대한 돌봄을 사회가 분담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시설이건 아니면 가정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형태건 간에, 개별가정의 노인 돌봄 부담이 경제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시간적,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차원에서도 경감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
● 아이와 노인 돌봄의 주체는 여전히 가족
결국은 그래서 또다시, 그러나 새롭게 가족이다. 또다시 가족인 이유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그리고 노인을 돌보는 기본적 생활단위는 대부분 여전히 '가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고, 무엇이 그들의 출산과 양육을 그리고 노인 돌봄을 힘들게 하는지를 알고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새롭게 가족인 이유는, 전통적 가족의 개념과 성차별적 역할 분담은 현실에 맞지 않으므로 다양한 가족, 또 다른 가족, 더 큰 가족, 지역사회 및 국가가 건강하고 평등하게 아이를 양육하고 노인을 돌보는 주체로 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현실적인 과제는 바로 재정이다. 이번에 발표된 기본계획이 과연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지는 필요한 재정을 적시에 확보ㆍ지출하는 정부의 역량과 직결된다.
송혜림ㆍ울산대 아동가정복지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