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이 15일(현지시간) 5대4의 표결로 경찰이 영장집행 과정에서 법을 어기고 확보한 증거물도 증거의 효력이 있다고 판결해, 대법원의 보수화 경향을 거듭 확인됐다. 미 대법원은 이날 마약소지 혐의로 기소된 부커 허드슨이 문을 두드리지 않고 수색을 실시, 증거를 확보한 경찰을 문제 삼아 시카고 경찰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하고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일반적인 경우, 미 경찰은 수색영장을 집행할 때 문을 두드리고 나서 15~20초간 기다린 뒤 집안에 진입하도록 돼 있고 이를 어길 경우 ‘노크-앤드-어나운스’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날 다수 의견을 제시한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시카고 경찰이 ‘노크-앤드-어나운스’규정을 어긴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집안에서 찾아낸 마약과 총기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판시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모두 이 견해에 동조했다.
특히 얼리토 대법관은 지난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친 심리 과정에서 유지되던 4대4의 균형을 깨고 다시 보수파에 승리를 안겨줬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 것으로 예상돼온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은 이번에도 보수파에 가세, 대법원내에서 보수와 진보가 확연히 갈라지는 양상을 드러냈다.
스칼리아 대법관은 “‘노크 앤드 어나운스 규정’을 어긴 증거를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면 범죄자들의 줄소송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며 판결의 정당성을 옹호했고 소수의견을 낸 4명의 대법관은 “다수 의견은 ‘노크 앤드 어나운스’보호 조항의 실질적인 가치를 약화시키거나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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