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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대한민국 13번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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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대한민국 13번째 선수

입력
2006.06.1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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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가슴을 달구는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지난 2002년 6월 한 달을 시청 근처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 터라, 이번만큼은 월드컵을 안 보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한편으로는 기쁨의 현장에 있었다는 좋은 추억을 남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정과 공무를 다 내팽개치다시피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다짐은 너무나 당연하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

● 낯선 땅 익숙한 국산 자동차 로고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에까지 나가는 일은 더는 없지만, 밤만 되면 나도 모르게 TV 앞에 바싹 다가앉아 있는 내 모습을 확인하곤 한다. 책상 위에는 일거리를 잔뜩 쌓아 두고서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축제의 시간인 모양이다.

이 월드컵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한 일등공신은 물론 뛰어난 기량과 정신력으로 경기장을 누비는 우리 선수들이다. 열성적인 붉은 악마와 거리의 국민 응원단도 그에 못지않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는 하나를 더 꼽아야 할 것 같다. 공식 후원사 가운데 하나인 현대자동차가 바로 그것이다. 경기장 벽마다 붙어 있는 광고판은 물론이고, 선수단 차량을 포함한 대회 공식 차량 모두가 현대자동차 제품이다. 박진감 있는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언뜻언뜻 보게 되는 ‘HYUNDAI’라는 상표 로고는 대한민국 팀의 13번째 선수가 되고도 남는다.

외국생활을 경험해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서양의 고급 자동차들 사이에서 우리 차를 발견했을 때의 그 뿌듯함을. 90년대만 하더라도 외국에서 우리 자동차를 보기란 쉽지 않았다. 브랜드 이미지도 높은 편이 아니어서 싼 맛에 사는 상품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우리 차를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자동차는 우리에게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격을 보여주는 ‘뜨거운 상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세계인이 지켜보는 월드컵 대회의 공식 차량이 우리 것이라니!

그래서인가. 지난 13일 토고와의 경기에서 우리는 해외원정 첫 승이라는 기쁨을 맛보았다. 그것도 첫 골을 먹은 뒤의 통쾌한 역전승이었다. 1998년 프랑스 대회 때까지 우리 선수들은 낯선 경기장에서 많은 쓰라린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응원단도 많지 않았다.

● 적지않은 응원단이 주눅들지 않게 해

잔뜩 주눅이 든 선수들은 경기 막판에야 몸이 풀려 멋진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언제나 너무 늦었다. 그때 경기장에서 외롭게 뛰고 있는 그들의 긴장을 풀어줄 무언가가 있었다면 결과는 좀 다르지 않았을까. 낯선 땅에서 외로움을 겪어보았기 때문인지 나는 늘 그런 가정을 하곤 했다.

이번 대회는 낯선 땅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응원단이 있다. 유럽의 빅 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들도 있다. 게다가 경기장의 한 자락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익숙한 상표 로고까지 있다.

따라서 우리 선수들이 주눅이 들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이 지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생각이다. 최선을 다한 뒤의 패배라면 거기에는 아쉬움이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철화 문학평론가ㆍ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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