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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한국과 네덜란드 선거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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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한국과 네덜란드 선거의 차이

입력
2006.06.1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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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귀화한 후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했다. 물론 한국에 살면서 예전에도 많은 선거를 지켜봤지만 이번에는 투표권이 생긴 까닭에 선거 과정에 더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의 선거가 네덜란드의 그것에 비해 놀라울 만큼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엄격한 처벌로 위엄 있는 선거

네덜란드의 선거는 민주주의의 역사가 긴 만큼 한국과 많이 다르다. 우선 정당의 숫자가 훨씬 많다.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는 출마를 할 수 없다. 대신 누구든 정당을 만들고 싶으면 중앙선거위원회에 등록을 하면 되고, 이를 위해 일정한 수의 당비를 내는 당원을 모아야 한다.

당내의 소소한 일을 처리하기 위한 위원회가 종종 열리며, 여기에는 모든 당원이 초청돼 정책을 결정한다. 또 신입 당원을 위해 정치적 목적을 보여줄 당의 스케줄이 있어야 한다.

정당은 가두에서 당원을 모집할 수 없는 대신 신문을 통해 월례모임 등 자신들이 주최하는 다양한 모임을 알린다. 텔레비전 방송은 각 정당이 정견을 발표할 수 있는 특별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으며, 한 달에 10분씩 각 정당에 시간을 제공한다. 옥외 대중 연설은 허용되지 않으며, 강당을 빌리는 경우만 가능하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장에 해당하는 시장과 주지사는 선출직이 아니라 여왕이 임명한다. 그들은 대체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들이며, 한번 임명되면 은퇴할 때까지 그 자리를 책임진다.

선거법 위반에 대한 제재도 더 가혹하다. 유권자는 정당의 불법적 선거유세를 신고할 수 있는데, 만일 부정행위가 인정되면 투표는 해당 정당을 빼고 하게 된다. 후보 개인을 처벌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엄격한 처벌은 선거의 위엄과 평온을 지켜준다.

투표용지에 각 정당이 공천 후보 외에 자기 정당을 지지하지만 후보는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위해 대체 후보 리스트를 표기하는 것도 확연한 차이점이다. 이는 특히 유권자들이 후보 개개인에 대해 잘 알고 투표하는 지방선거에서 더 중요한데, 가끔은 대체후보가 본 후보를 제치고 당선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처럼 소속을 중시하는 까닭에 네덜란드에선 선거로 뽑힌 국회의원이 임기 중에 당적을 바꾸는 경우가 없다.

하지만 한국과 네덜란드 정치의 더 큰 차이는 선거 이후에 나타난다. 국회나 각 지방자치 단체의 회의에서는 순서를 어기고 의사진행을 방해할 경우 회의에서 쫓겨난다.

만일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물리적 폭력을 휘두를 경우 그 심각성에 따라 벌금형을 받거나 심할 경우 감옥에 갈 수도 있다. 회의에서 상습적으로 소란을 피운 정치가는 회의 참석이 금지되거나 회의 중에 의회 복도 구석에서 대기하도록 법원의 명령을 받는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 경우는 없다.

● 물리력 행사 상상조차 할 수 없어

가끔 뉴스를 보다 보면 한국의 정치인들이 의회 안에서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큰 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접한다. 앞서 말한 대로 네덜란드에서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나의 나라가 된 한국 정치가 더 이상은 외국인들의 눈에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헨니 사브나이에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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