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초등학생들이 장애를 소재로 한 신문을 만들며 장애인에 대한 벽을 허물고 있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 이원초등학교(교장 박수용)는 4월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함아세)’이란 교내 신문을 창간했다.
매월 말 4쪽 분량으로 발행하는 이 신문은 학교 소식을 전하는 다른 초등학교 신문과 달리 장애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함아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장애체험 코너다. 창간호에서는 이 학교 학생들의 시각장애 체험기를 실었다. 안대를 한 채 지팡이를 잡고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계단을 이용해보면서 느낀 어린이들의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5월호에는 휠체어 타기 등 지체장애 체험편을 게재했다.
‘함아세 기자들이 찾아가는 더불어 사는 세상’이란 코너도 눈길을 끈다. 학생 기자들이 장애인 복지시설 등을 돌아보고 소개하는 탐방기다. 복지시설에서의 봉사활동 요령, 장애인을 대하는 예절 등도 소개하고 있다.
함아세 기자는 모두 14명. 이 중에는 이 학교 특수학급에서 공부하는 장애 학생 4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취재부터 편집 등 모든 과정을 직접 꾸리고 있다. 기자들은 매달 초 회의를 열어 편집 방향을 정한 뒤 디지털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들고 현장으로 나선다.
이 학교가 장애를 소재로 한 신문을 만든 이유는 이론 위주의 장애 이해 교육이 어린이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갖게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함아세 산파역을 한 김은경(23ㆍ특수학급 담당) 교사는 “아이들이 신문에 난 자기 장애체험기를 보고 무척 뿌듯해 하고 있다”며 “신문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함께 신문을 만들면서 비장애 학생들과 장애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친숙해지고 있다. 김경은(11)양은 “솔직히 그 전에는 특수학급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는데 같이 신문을 만들면서 친해졌다”며 “함께 사진 찍고 취재하면서 ‘장애가 있는 친구도 나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편집장 강동희(12)군은 “다른 학교 친구들이 우리 신문을 읽은 뒤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해 우쭐한 적도 있다”며 “장애 친구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기획시리즈로 특수학교 방문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옥천=글ㆍ사진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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