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선수가 다치거나 형편없는 플레이를 할 때면 감독이나 팬들은 가슴이 아프다. 반면 속으로 ‘됐다’를 외치며 미소를 띠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비주전. 실력이 안되거나 실력은 있지만 기회가 없는 이들은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를 읊조린다. 하지만 바로 이들이 결정적인 ‘한 방’으로 경기 흐름을 확 바꾸거나 승부를 뒤집기도 한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이들을 스타로 대우 해주고 조커를 쓴 감독에게는 ‘최고의 승부사’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 주전 부상으로 기회 얻은 비야·히즐롭 선전
조별 리그 2라운드에 돌입한 2006 독일월드컵 역시 대타 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한물 갔다는 평가 속에 벤치를 지키던 독일의 올리버 뇌빌(33ㆍ보루시아 뮌헨글라드바흐)은 15일(한국시간) 열린 폴란드와의 경기서 후반 ‘신예’ 루카스 포돌스키(21ㆍ바이에른뮌헨) 대신 들어가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독일의 2연승을 이끌었다. 더구나 이 골은 역시 교체로 들어간 다비트 오동코어(22ㆍ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어시스트 한 것이다. 튀니지와 2-2 무승부를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노장 사미 알 자베르(34ㆍ알 힐라)도 교체로 들어간 뒤 후반 34분 역전골을 터뜨렸다.
13일 열린 토고전에서 한국의 짜릿한 역전승 발판은 후반 교체로 들어간 안정환(뒤스부르크)이 만들었다. 그는 전반 내내 답답했던 공격진의 숨통을 틔우고 역전 골까지 성공시켰다. 전날 일본에 역전승(3-1)을 거둔 호주의 3골 모두 팀 케이힐(27ㆍ에버튼)과 존 알로이지(30ㆍ알라베스)라는 특급 조커들이 집어 넣었다. 이 3골은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헝가리가 엘살바도르와의 경기서 교체 선수 2명이 한 경기서 넣은 최다골(4골)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주전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기회를 얻어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도 있다.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25ㆍFC 발렌시아)는 간판 골잡이 라울 곤잘레스 대신 선발 출장한 우크라이나와의 H조 예선서 2골을 터뜨리며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으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주전 골키퍼 캘빈 잭(30ㆍ던디)이 다치는 바람에 대신 나간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샤카 히즐롭(37ㆍ웨스트 햄)은 스웨덴 공격진의 18차례에 걸친 슈팅을 막아내 1라운드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파라과이의 골키퍼 알도 보바디야(30ㆍ리베로타) 역시 잉글랜드와의 1차전서 부상을 입은 주전 골키퍼 후스토 비야르(29ㆍ뉴웰스 올드 보이스) 대신 나가 환상의 거미손 플레이를 펼쳤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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