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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하는 용의 머리 창장 삼각주를 가다/ <下>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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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하는 용의 머리 창장 삼각주를 가다/ <下>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입력
2006.06.1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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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중국 장쑤성(江蘇省) 난징(南京)시에서 북동쪽으로 10㎞ 정도 떨어진 경제기술개발구. 총 400만평 규모의 단지 내로 진입하자 바로 'LG산업원'(産業園)이라는 대형 입간판과 함께 'LG로(路)'라는 도로명이 나타났다.

장쑤성과 난징시는 경제기술개발구에 LG전자와 LG필립스LCD, LG화학 등 LG 계열사의 공장들이 잇따라 입주하자 2003년 10월 이곳 60여만평의 공식 지명을 'LG산업원'으로, 왕복 6차로의 LG산업원 진입 도로명을 'LG로'로 명명했다.

외국 기업의 이름이 지도에 표기되는 공식 명칭으로 채택된 것은 처음이다. 장쑤성과 난징시가 외국 첨단 기업을 유치하는 데 얼마나 지극 정성인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곳에는 현재 LG 이외에도 샤프, 보쉬, 하이센스 등 세계적인 기업 1,200여개사가 입주한 상태다. 난징시 주변엔 이 정도 규모의 개발구가 모두 4곳이나 된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난징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은 이곳이 창장(長江ㆍ양자강) 삼각주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물류 유통의 대동맥인 창장을 따라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 등 첨단 산업군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난징이 중국 내 제1의 내륙항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난징에는 90여개의 항공 여객ㆍ화물 노선이 운항중인데다 1만톤급 화물선이 정박할 수 있는 접안 시설이 18곳이나 된다. 1,000여개의 전자업체와 600여개의 연구ㆍ개발(R&D) 센터가 자리잡고 있는 것은 물론 인근 상하이와 쑤저우 등에 많은 부품업체들이 위치, 부품 조달 등도 유리하다.

이러한 초고속 성장이 거듭되고 있는 창장 삼각주에서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LG전자 난징 PDP 생산 법인의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이곳에선 한국에서 PDP패널(유리기판)을 공급받아 구동 회로 등을 부착, PDP 모듈을 만들어 중국 현지 가전 업체들에게 팔거나 아예 외장 케이스까지 입혀 PDP TV 완제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PDP 모듈은 대규모 설비 투자와 기술이 필요한 PDP 패널이 필요해 중국 업체들은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PDP TV의 핵심 부품이다.

중국 현지 업체들은 LG전자의 PDP 모듈을 구입한 뒤 자신의 상표와 케이스만 붙여 PDP TV로 판매하고 있다. LG전자는 중국 업체들과 직접 경쟁하기 보다 이들 업체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핵심 부품을 팔아 동반 성장하는 상생 전략을 채택한 셈이다.

LG전자의 동반 성장 전략은 올해 중국 업체들이 구입하는 PDP 모듈 중 LG전자의 부품비중이 60%를 차지,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억6,100만달러였던 중국 PDP 시장은 올해 6억2,500만달러에 이어 2008년에는 12억달러 규모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LG전자 난징 PDP 공장은 이에 맞춰 연간 120만대 생산 체제 구축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LG전자는 자사 PDP TV 완제품에 사용하는 PDP 패널엔 '클리어 필터'라는 필름을 부착, 현지 업체들에 공급하는 PDP 패널과 차이를 두는 전략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필름이 부착된 LG전자 PDP TV는 색 표현이 훨씬 뛰어나고 선명도도 높아 10% 정도 높은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다.

동반 성장과 차별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포석이다 양정배 LG전자 난징 PDP 공장 법인장은 "중국시장이라는 엄청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제 중국을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고, 우리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 동반 성장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진 KOTRA 상하이무역관 차장은 "싼 인건비만 보고 중국에 공장을 세울 경우 임금이 오르면 다시 임금이 더 싼 내륙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며 "용꼬리를 잡기 보다는 용머리에 올라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징=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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