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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2006 여름, 한 뼘 높은 세상!' 통굽 웨지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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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2006 여름, 한 뼘 높은 세상!' 통굽 웨지 힐

입력
2006.06.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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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예계에서는 서로를 이렇게 소개한다고 한다. “다음은 가요계의 단신입니다. Y씨~”, “개그계에도 단신이 넘치죠. A양, B군!” 비하 개그의 우스개라도 ‘단신(短信)’이라는 단어는 ‘단신(短身)’들의 가슴을 꼭꼭 쑤신다. “거긴 어때? 이 위는 공기가 틀려~”같은 ‘장신(長身)’들의 농에 상처 받던 여인들아, 내가 왔잖아~. 한 뼘 높은 세상으로의 초대, 통굽샌들이 준비돼 있다.

한 뼘이나 되는 통굽, ‘웨지 힐(Wedge heel)’은 금방이라도 똑 부러질 것 같은 하이힐보다 안정감을 주고, 앞쪽 굽을 함께 높여 하이힐보다 훨씬 높은 굽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 여름을 접수했다. 웨지 힐 슈즈의 유행은 수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복고풍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그 바람은 더욱 거세다.

1970년대에는 통바지 속에 신어 감쪽같이 키가 커보이게 하는 용도로 애용된 웨지 힐 슈즈. 계단을 오르듯 봄의 플랫슈즈와 펌프스에 이어 앞굽과 뒷굽이 함께 높은 플랫폼이 유행하더니, 여름을 앞두고는 아예 한 계단 위에 올라서버리고 만다. 이 힐의 높이는 8~9cm 정도면 무난하고, 10~15cm까지 아찔한 높이도 자랑한다. 높이는 하이힐보다 높지만 뒷 굽만 높은 하이힐과 달리 체중을 발바닥 전체로 받쳐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한 게 장점.

발바닥과 발뒤꿈치가 이어져 있는 웨지 힐은 옆에서 보면 직각 삼각형 모양으로 경사져 있는데 이 모양이 나무를 쪼갤 때 끼워 쓰는 쐐기(wedge) 모양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의 쐐기모양과는 다르지만 이미 3,500년 전 그리스의 배우들은 무대에 오를 때 웨지 힐처럼 굽이 높은 신발을 신었다. 르네상스 시대 왕족들도 몇 세기에 걸쳐 ‘초핀’이라 불린 코르크로 30cm 이상 굽을 높게 한 신을 신었는데 이 모양이 웨지 힐의 시초라는 설도 있다.

요즘 같은 형태의 웨지 힐은 1936년 이탈리아의 젊은 구두 제작자였던 살바토레 페라가모에 의해서 발명됐다. 그는 전쟁으로 인한 물자부족 때문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단검 모양 하이힐의 재료를 구할 수 없자 코르크로 10cm의 힐 버팀목을 만들었다. 이를 시작으로 웨지 힐은 1940년대까지 크게 유행했으며 1970년대에는 자연주의와 히피즘에 의해서 복귀한 웨지 힐의 열풍에 남성들까지 동참하게 된다.

2006년 여름 거리를 장식할 복고풍의 웨지 힐은 보다 다양한 얼굴로 여성들을 사로잡는다. 보통의 힐이 사용하는 소재 외에 코르크, 로프, 천, 나무, 짚 등의 장식을 사용하고, 넓은 굽의 면적에 색다른 디자인을 응용한 것도 ‘2006 웨지 힐’의 개성이다. 종류가 무수히 많지만 이중 대표적인 웨지 힐 슈즈는 마줄기나 짚을 꼬아 굽에 붙여 장식한 ‘에스빠드류(Espadrille)’와 코르크 소재의 굽은 ‘코르키즈(Corkies)’가 있다.

자연 소재를 디자인에 많이 응용하기 때문에 웨지 힐은 휴가지의 자유로움과 휴식의 분위기를 더한다. 라피아(열대 야자 나뭇잎)나, 코르크, 나무 소재 웨지 힐 슈즈가 여름의 강자다. 넓은 웨지 힐 면을 스케치북처럼 활용해 프린트나 일러스트를 그려 넣기도 하고 비즈나 자수 장식을 더하기도 했다. 큼직한 인조 보석과 금속 장식, 묶고 꼰 수공예 장식 등 다소 화려한 치장도 거뜬히 소화한다.

웨지 힐은 아무래도 둔탁해 보일 수 있다. 이 투박함을 극복하려면 가는 끈으로 연결한 스트랩 디자인이나 발목을 감아 올린 디자인을 택하면 된다. 발등을 감싸는 발레리나 리본 장식은 순진함을 주고 발목을 감싸는 끈 장식과 뒤쪽이 가늘게 깎여 신었을 때 날씬해 보이는 굽 디자인은 섹시한 매력을 준다. 발목이 굵어 웨지 힐 신기가 고민된다면 슬리퍼형보다는 발목을 한번 잡아주는 앵글 스트랩이나, 발등에 T자로 끈이 장식되는 T스트랩 디자인을 택한다.

크고 화려한 무늬와 장식을 자랑하는 웨지 힐 슈즈는 휴가 분위기의 원피스와 찰떡궁합이지만 짧은 반바지, 미니스커트 등 어떤 하의와도 잘 어울린다. 청바지에 매치해 캐주얼하게 연출하거나, 여성스러운 원피스와 매치해 로맨틱룩을 연출하느냐 모두 선택은 자유.

여성스러운 복고풍을 연출한 생각이라면 레이스장식 블라우스에 긴치마와 함께, 반바지를 입더라도 품이 넉넉한 크롭트 디자인을 택해 웨지 힐을 매치한다. 캐주얼하고 보이시한 연출을 원한다면 물 빠진 빈티지 청바지를 접어 입거나 ‘뽀빠이바지’라 부르는 멜빵 반바지를 입고 ‘코르키즈’를 신는다.

웨지 힐을 신고 휴양지로 떠날 계획이거나 불행하게도 그저 도심 속 휴가 기분이나 낼 생각이라면 선택의 범위는 더욱 넓혀진다. 허리를 질끈 묶은 체크무늬 셔츠에 반바지 차림에는 발등에 커다란 코르사주를 단 웨지힐슈즈를, 커다란 선글라스, 챙이 넓은 밀짚모자, 섹시한 홀터넥 원피스에는 이국의 해변 정취가 물씬 풍기는 ‘에스빠드류’가 휴가기분을 ‘업(up)’시켜 줄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웨지 힐을 비롯한 하이힐을 사랑하는 이유를 높아진 키매?자신감도 따라서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작은 키를 극복해 자신감을 찾고 싶거나 보통의 키를 획기적으로 높여 자만하고 싶을 때도 웨지 힐 슈즈는 기막힌 동지가 된다. 발, 다리관절과 관련한 갖가지 병명을 들어 높은 굽에서 내려오라고 말리는 전문의들의 협박성 멘트에도 굴하지 않는 카타르시스가 그 한 뼘의 힐에 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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