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불안합니다.”
요즘 휴대폰 업계 종사자들은 회사에 출근하기 겁난다는 말을 한다. 한 때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정보기술(IT) 산업의 견인차로 꼽혔던 휴대폰 산업이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부진과 내수 급감이라는 이중고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계 시장에서 손꼽히는 대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구조조정과 매각설에 휩싸이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증권가에 떠도는 휴대폰 부문 매각설에 대해 김쌍수 부회장이 최근 뜬소문이라고 부인을 했는데도 불구, 15일에는 모토로라에서 지분 일부 인수 조건으로 휴대폰 사업 합작을 제의했다는 루머까지 나왔다. 중소업체들은 생산라인 축소, 인력 감축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살아남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는 현재의 위기가 2~3년 이상 장기화할 수 있다며 이대로 가면 휴대폰 산업기반이 주저앉을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세계 시장은 국내 방식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과는 다른 유럽식(GSM) 휴대폰 위주로 급속히 커지고 있으며 노키아, 모토로라 등 거대 기업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세계무역기구 가입국가로서 직접적인 지원책을 펼 수는 없으며, 업계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하지만 “정부가 논란이 많은 부동산 문제에 올인하면서, IT산업 등 주력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가 IT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을 펼 수 없는 점도 이해가 가지만 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줄 실효성있는 경쟁력 강화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할 때다.
최연진 산업부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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