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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우리도 월드컵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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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우리도 월드컵 보고 싶다"

입력
2006.06.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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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월드컵 64경기를 TV로 보는 시청자는 전세계에서 연인원 32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단일 행사로는 사상최대의 수치다. 10일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개막전을 본 사람만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13억 명이었다. 월드컵을 통해 지구촌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ㆍ정치적 이유나 가난 때문에 월드컵 경기를 자유롭게 보지 못하는 나라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BBC는 15일 ‘월드컵 시청의 정치학’이라는 기사에서 이 같은 월드컵 소외지대를 소개했다.

소말리아는 월드컵 중계를 금지했다. 수도 모가디슈를 장악하고 있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중계방송을 하려는 극장 3곳의 문을 닫고 전기를 끊어버렸다. BBC가 이유를 묻자 “월드컵 때문이 아니라 이슬람 어린이들을 오염시키는 서구영화나 인도영화가 상영되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일에는 월드컵경기를 보게 해 달라는 축구 팬들의 소요사태가 일어나 2명의 시위참가자가 목숨을 잃었다.

BBC는 이 같은 나라의 국경선이 바로 문명과 비문명을 가르는 ‘지정학적 단층선(Fault Line)’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은 처음으로 문명권으로 넘어왔다. 2001년까지 탈레반이 장악했던 이 나라에선 축구경기 자체가 금지됐었다. 독일월드컵은 아프간에 생중계되는 첫 월드컵이다.

북한은 여전히 변경국가다. 자유로운 생중계 대신 주요경기를 한국에서 받아 녹화 방영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개막전은 방영했으나, 한국-토고 전은 이날 현재 방영되지 않았다.

월드컵 중계를 오염시킨 나라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딸인 정치인 티티에크가 해설자 겸 캐스터로 한 민방의 개막전 중계에 나섰다. 그는 축구에 문외한이다. 높은 시청률을 이용해 지명도를 높이려는 의도였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도 월드컵을 못 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료방송사인 ART가 독점 중계권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에선 최고 40만원에 이르는 수신기를 구입해야 중계를 볼 수 있다. 당연히 불만이 확산돼 모로코에서는 국영TV에서 월드컵을 방영할 수 있도록 국왕 모하메드 6세가 직접 협상에 나섰다. 이도 저도 안 되는 이 지역 주민들은 한 가구만 ART와 계약하고 나머지 시민들은 그 집 에서 케이블을 끌어 월드컵을 ‘도(盜)시청’하고 있다.

토고에선 공공장소에 대형스크린이 설치돼 상당수 토고인들이 월드컵을 처음으로 시청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토고 국가 대신 한국의 애국가가 연주되는 장면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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