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시행되는 검찰의 ‘구속수사 기준에 관한 예규’는 구속 대상자를 늘리기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구속 요건을 엄격히 규정해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화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검찰은 그 동안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때 형사소송법 70조의 ‘증거인멸과 도주우려’라는 큰 틀에서 다소 자의적, 관행적 기준을 적용해 왔다. 그러나 예규는 주거가 일정하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변호인 등이 피의자 출석을 담보하면 검사는 이를 참작해야 한다고 규정해 불구속 수사를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거나 진술 거부권을 행사해도 이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시했다.
검찰은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적 추세를 따르면서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중요 사건에서 구속-불구속을 둘러싼 논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 했다.
이번 예규 제정은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구속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로 마무리 됐지만, 그 과정에서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등 파장이 컸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오너 일가 불구속,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 구속 등 재벌 총수 처리에서도 다른 기준이 적용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기준이 ‘고무줄’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형사사건 입건자 중 구속영장 청구 비율은 2001년 4.2%에서 지난해에는 2.6%까지 감소했고,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 1.9%로 낮아졌지만 구속-불구속 논란이 그치지 않는 것은 이처럼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 장관은 논란이 일자 지난해 12월 “무죄추정 원칙과 불구속수사 원칙의 이념을 구체화하여 인권수준을 높일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구속영장 청구기준을 마련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그러나 검찰이 새로 마련한 기준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상 참작 사유가 각기 달라 일률적인 잣대를 강요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예규에도 “각급 검찰청은 관할 지역의 특성, 사정 등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보완하여 시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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