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본 뜻과는 달리 제 말이 다르게 표현되었다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회삿돈 797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동오)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12일 열린 두번째 공판에서 정 회장이 혐의에 대해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잘 모른다’고 대답한 것이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비춰진 것에 대한 해명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당시 재판 중 검찰 등의 심문 과정에서 질문과 다른 내용의 답을 하거나 답변 대신 혼잣말을 하는 등을 모습을 보였다.
정 회장은 A4 용지 1장 반 분량의 반성문에서 “몸과 마음이 극도로 지쳐 있는 상태에서 법정에 서려다 보니 제 뜻이 잘못 표출된 부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다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머리를 숙였다.
정 회장은 “과거 회사의 부외자금이 조성ㆍ사용된 사실에 대해 총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혐의에 대해서도 대체로 인정했다.
정 회장은 “자금 조성에 대한 보고를 받을 때 담당 임직원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으나 이 모든 것은 최고경영자인 제가 책임져야 할 것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그런 돈 중 일부가 본의 아니게 제 개인적으로 사용된 부분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더욱 부끄럽게 생각하고 향후 이런 일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반성문 내내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용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몇 번이고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도 모자랄 것 같다’, ‘법적인 책임도 달게 받겠다’, ‘제 남은 여생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교훈으로 삼겠다’는 표현을 쓰며 반복해 사과했다.
정 회장은 현재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한 상태며 다음 재판은 26일 열릴 예정이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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