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역전승이었던 만큼 흥미진진한 뒷얘기도 많다.
화제의 주인공으로 단연 이천수. 그는 경기 전부터 갑작스런 부상을 입은 이동국을 위한 세리모니를 준비했다고 예고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예고대로 그는 후반 9분 자신의 골이 들어가자 마자 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가 하늘로 뻗는 이동국의 단골 ‘입술 기도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리고는 벤치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껴안았다. 경기 후 이천수는 “2002 한일월드컵 포르투갈 전서 골을 넣은 (박)지성형이 (거스) 히딩크 감독과 포옹한 것을 보고 꼭 따라 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 안정환 반지키스 대신 동료들에 깔려… 김진규 "애국가 두번 연주에 승리예감"종료전 '공돌리기'엔 찬반 의견 팽팽
그러나 붉은 악마를 포함해 대부분의 관중들은 두 세리모니에 그렇게 ‘깊은 뜻’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2002 한일월드컵 미국 전에서 안정환 선수가 동점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했던 ‘안톤 오노 세리모니’ 같은 이벤트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다소 싱거운 작품이었다.
골을 넣은 뒤 겉옷을 들어올렸을 때 보인 속옷에 새겨진‘Y’자의 정체를 두고도 말이 많다. 이천수는 경기 직후 여자친구 김지유(본명 김민경)를 위해 새겼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정작 김씨는 “나를 위한 세리모니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해‘사전연출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네티즌들의 입방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지에 키스하는 세리머니로‘반지의 제왕’이라는 애칭을 얻은 역전골 주인공 안정환은 반지 키스 대신 달려 온 동료선수들이 넘어지며 쌓은 인간 탑에 깔렸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경기장 안에서 장신구를 끼지 못하도록 하는 바람에 그는 맨손으로 뛰었기 때문.
안정환과 토고 골키퍼 코시 아가사는 한때 프랑스 프로팀 메스에서 함께 뛰던 팀메이트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 관계자는 “안정환이 아가사의 약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영웅이 되려면 운도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시작 전 토고 국가 대신 애국가가 두 번 울리자 대부분 한국 선수들은 말없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김진규는 “순간 승리를 예감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유학파’ 이영표는 유창한 영어로 그레이엄 폴 주심을 불러 주최측의 잘못을 알려줬다.
하프타임 때 KBS가 홍명보 코치와 인터뷰 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코치를 인터뷰한 것은 지나쳤다”는 네티즌의 비난이 빗발쳤다. KBS는 이에 대해 “FIFA가 만든 공식인터뷰를 생방송으로 내보낸 것 뿐”이라고 밝혔다.
후반 인저리 타임 때 얻은 프리킥 기회 때 공을 뒤로 돌린 것에 대해도 말이 많다.“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여야 할 상황에서 뒤로 공을 뺀 것은 볼썽사납다”는 비판적인 의견과 “역습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실속 있는 플레이였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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