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대조적인 리더십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많은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지휘하는 방법은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두 네덜란드인은 서로 막역한 사이이면서도 사용하는 도구가 다르다. 그러나 똑같이 월드컵무대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기업과 정치권에서 두 감독의 용병술이 화제가 되는 이유다.
현대 경영학 이론에 따르면 히딩크는 ‘브랜드 리더’다. 자신의 브랜드 가치에 눈이 밝다. 쇼맨십으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어내고 이를 자신의 무기로 만들어낸다. 브랜드 리더로서 히딩크는 창의성을 중시한다. 선수들이 기본적인 팀 전략과 규율을 지키면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한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에 맞춰 훈련을 실행하는 것도 브랜드 리더의 특징이다.
반면 아드보카트는 ‘파워 리더’다. 자신의 목표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지도자로 선수들의 행동 일치를 요구한다. 튀는 언행을 극도로 싫어한다. 아드보카트가 대표팀 제1원칙으로 시간 엄수를 내세우고 복장 통일을 요구한 것은 파워 리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쳐 쓰러지기 직전까지 선수들을 몰아붙이는 훈련방식도 파워 리더인 아드보카트의 특징이다.
또 히딩크가 준비된 승부사라면 아드보카트는 즉흥적 승부사다. 히딩크 감독은 모든 전술을 직접 지시하고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카드로 만들어 줄 정도로 ‘현미경 축구’를 즐긴다. 12일 일본에 역전승 한 후 “모든 것은 우리의 계획대로 됐다”고 할 정도로 철저한 계산 속에서 경기를 운영한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행동 하나하나도 선수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한 제스처이다.
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임기응변에 능하다. 경기 전에 계획하기보다 경기 중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을 즐긴다.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하고, 스리톱의 공격 조합을 수 없이 실험했던 것도 그의 독특한 스타일이다. 경기 당일 아침까지 베스트 11을 공개하지 않는가 하면 언제나 깜짝 카드로 사용하는 모험을 즐긴다. 아드보카트는 일단 휘슬이 울리면 선수들의 능력을 믿고 맡기며 창조적인 플레이가 나올 때 가지 기다려 줄 안다. 하지만 승부를 던질 때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과감함으로 목표를 달성한다.
명확히 구분되는 리더십에도 공통점은 있다.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주전과 교체 멤버간의 격차는 줄인다는 것이다.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히딩크는 주황색, 아드보카트는 초록색으로 상징될 만큼 대조되는 지도자다. 그러나 오직 성적으로 말하려 한다는 점은 똑같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슈투트가르트(독일)=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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