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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퇴행한 응원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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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퇴행한 응원문화

입력
2006.06.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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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서 너무 기쁩니다. 하지만….”

2006 독일 월드컵 한국과 토고와의 경기가 열린 13일 밤 거리는 신명난 축제의 마당이었다. 한국팀의 극적인 승전보에 도취된 붉은 악마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새벽녘까지 승리를 자축했다. 4년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승리의 함성 뒤로 안타까운 한숨이 이어졌다.

경기가 끝난 뒤 응원 장소들은 쓰레기 산을 방불케 했다. 흥분을 못이긴 일부 응원객은 지나가는 차량에 올라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아파트와 주택가를 돌며 소란을 피우는 통에 주민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

불과 4년 만에 시민 의식이 후퇴라도 한 것일까. 그 때로 돌아가 보자. 당시 취재를 위해 한국을 찾았던 외신 기자들은 우리의 역동성과 자발적인 준법정신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백만의 응원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에도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 고사리 같은 손으로 쓰레기를 줍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은 세계인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저력을 발견하곤 가슴 뿌듯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4년에 한 번 뿐인데 봐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다. 맞는 말이다. 우리의 척박한 놀이문화 풍토에서 월드컵은 국민의 응축된 힘을 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시민의식은 한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상황에 따라 하루 아침에 뒤바뀔 성질의 것이 아니란 얘기다. 그렇잖아도 일부 대기업의 얄팍한 상혼에 휘둘린 거리 응원은 순수성이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팀의 선전을 온 국민의 아름다운 승리로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몫이다. 경기에서도 이기고 응원전에서도 높은 시민의식을 보였던 4년 전의 기억을 4일 후 프랑스전에서 다시 한 번 끄집어내 보자.

김이삭 사회부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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