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이냐, 방패냐.
파라과이를 첫승(1-0) 제물로 삼았던 ‘축구 종가’ 잉글랜드. 경기 초반 주장 데이비드 베컴(31ㆍ레알 마드리드)의 프리킥에 이은 상대 수비수의 자책골로 어렵게 승점 3점을 확보했을 만큼, 힘든 경기였다. 마이클 오언(27ㆍ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은 “찜통 같은 날씨 때문에”라며 경기력 부재를 날씨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었다. ‘축구 천재’ 웨인 루니(21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백이 얼마나 컸는지를.
최근 잉글랜드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루니가 16일 오전 1시(한국시간) 뉘른베르크에서 열릴 트리니다드 토바고와의 B조 예선2차전에 출전할 수도 있다는 것.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은 “루니의 출전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 시나리오가 연출된다면, 폭발적인 드리블과 지칠 줄 모르는 강철 체력의 루니 합류로 인해 공격진은 물론 스티븐 제라드(26ㆍ리버풀), 프랭크 램퍼드(28ㆍ첼시) 등 미드필드 라인의 파괴력도 한층 배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날선 창을 무디게 할 방패 또한 만만찮다.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내심 첫 경기에서 강호 스웨덴과의 무승부(0-0)를 이끌어 낸 상승세를 몰아 잉글랜드를 ‘이변의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반란을 꿈꾸고 있다. 투지가 하늘을 찌른다. 독일월드컵이 첫 출전인 만큼 “밑져야 본전” “잃을 게 없다”는 자신감의 근원에는 감각적인 골잡이 드와이트 요크(35ㆍ시드니) 외에도 이번 대회 최고 ‘거미손’으로 떠오른 샤카 히즐롭(37)이 있다.
베컴은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 동료였던 요크를 “무서운 선수”라며 경계했고, 도박사들도 골키퍼 히즐롭을 야신상 후보 1순위에 일찌감치 올려 놓았다. 노장의 투혼을 빛내고 있는 히즐롭은 스웨덴 전에서 프레드리크 융베리(29ㆍ아스널), 헨리크 라르손(35ㆍFC 바르셀로나) 등의 파상공세를 온 몸으로 막아냈다. 스웨덴은 18개 슈팅, 8개의 코너 킥 등을 퍼부었다.
박지성(25)의 팀 동료 루니가 히즐롭을 피해 골을 넣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잉글랜드 대 트리니다드 토바고 전.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이변도 기대해 볼 일이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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