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에게 ‘뜨거운 감자’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추진해온 역점사업으로 상당부분 진척된 상황에서 내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지금까지 지적돼온 교통 문제와 환경파괴 논란을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오 당선자는 당초 사업 재검토 입장에서 최근에는 접근로를 보완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이지만 아직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 오페라하우스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지난해 내놓은 10개년 계획 ‘비전 2015, 문화도시 서울’의 핵심플랜으로 노들섬 3만6,000평에 1,900석의 전용오페라극장과 1,500석의 심포니홀, 청소년 야외음악공원 등을 갖춘 순수 공연 예술센터를 세우겠다는 것.
오 당선자는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는 접근성을 보완해 추진하되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곳에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과정에서 이 사업을 이명박 시장의 잘못된 치적 중 하나로 꼽으며 ‘재검토’를 시사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입장이다. 선거 당시 정책실장을 맡았던 유창수 서울시 인수위 위원은 “오 당선자는 노들섬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되, 안되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번복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우선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한 절차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백지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시장 임기 초부터 추진됐던 이 사업은 지난해 3월 서울시가 노들섬 부지를 매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올해부터 5년간 해마다 1,000억원씩 적립할 수 있도록 한 ‘건립기금 조례’도 통과됐다. 조례제정과정에서 시의회와 환경시민단체 등이 반대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으나 7월 설계안 국제공모를 거쳐 2008년 착공한다는 계획아래 세부적인 절차가 진행중이다.
또 설립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페라하우스와 각종 부대시설을 포함하는 노들섬 문화예술센터 부지는 최소 1만5,000여평이 필요한데 서울 도심에서 이 정도 규모의 땅을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대문 반경 5㎞ 안에는 사실상 그만한 부지가 없기 때문에 변두리로 나가야 한다”며 “설사 부지를 찾더라도 엄청난 매입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고, 노들섬의 특성상 고층건물을 짓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매각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사업 주무부서인 문화국과 주택국은 별도로 노들섬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별도로 인수위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국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한강개발사업과 연계해 지하철 연결을 검토하고, 단기적으로는 보행자 다리를 확보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들섬은 강남ㆍ북이 만나는 경계이고 도시의 수경축과 남북축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서울의 랜드마크가 들어설 최적지”라며 “서울시 정책의 일관성을 이어간다는 차원에서도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는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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