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마련한 ‘구속수사 기준에 관한 예규’는 법 집행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려는 노력과 함께, 인권보호 측면에서 진일보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평가할 만 하다.
지금까지는 일선 검찰에서 관행적, 개별적으로 구속수사 기준을 적용해오면서 ‘유전무죄’ ‘고무줄 잣대’ 따위의 냉소를 받을 만한 운용으로 검찰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물론 예규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객관적인 틀을 통해 자의적 법 운용의 여지를 줄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모든 형사피의자는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검찰은 이 원칙에 입각해 예규의 총칙에서 불구속 수사 원칙을 분명히 하고 구속수사의 대상과 범위를 최소화했다.
이와 함께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 수사상 구속 필요성을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함으로써 죄질에 대한 막연한 판단만으로 섣불리 구속수사를 결정하지 않도록 했다. 헌법 상 기본권 제한과잉금지의 원칙에서 보아도 마땅한 조치다.
그러나 구속수사가 갖는 사법적 징벌의 성격 또한 명백한 것이다. 최근 강정구 교수나 두산그룹 오너일가 비자금 사건 등 민감한 사건 때마다 구속 여부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이 경제, 공안, 선거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서는 구속수사기준을 분명하게 정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 성범죄와 강력사범 부동산투기범 등은 더욱 엄정하게 구속수사하도록 한 것 또한 이런 측면에서 현실적인 타당성을 갖는다.
검찰과 함께 법원도 최근 통일된 양형기준 마련에 나서고 있어 자칫 법 적용의 지나친 경직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크게 보아 법 집행과 운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다. 문제는 역시 기준의 운영이다. 인간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더욱 합리적이고도 객관적인 법 집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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