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을 좇는 개발사업 마인드를 버리지 않고서는 실버주택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봉사정신이나 효와 같은 경영철학은 필수인 셈이죠."
주택ㆍ레저 전문 시공회사인 백마씨엔엘㈜ 한문희(48ㆍ사진) 사장은 14일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국내 실버 사업, 특히 실버 주택은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라며 "이윤만을 추구하는 개발업자가 아닌 실버주택 문화를 제대로 정착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경영 방침을 밝혔다.
한 사장은 "사실 비싼 땅값과 공사비 등을 감안하면 일반 아파트나 주상복합 등을 지어 개발하는 게 수익 차원에서는 훨씬 낫고, 또 부동산 개발업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사업을 실버주택에 '올인'하기로 한 만큼, 수익성 이상으로 노인 복지 향상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배명고, 고려대 사범대학(체육교육)을 졸업한 한 사장은 오대양종합건설과 벽산건설, 신원종합개발 등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며 실버주택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그는 1993년 백마건설산업과 백마레저를 세우며 창업에 나섰고 곧 이어 두 회사를 백마씨엔엘로 통합했다. 한 사장은 약 12년에 걸쳐 수 십여 차례의 해외 시찰 등 꾸준한 준비 끝에 첫 사업인 서울 종암동의 '노블레스타워'를 21일부터 분양한다.
그는 "한국의 실버주택은 지나치게 고급ㆍ대형화만을 강조해 비싼 분양가 등으로 일반인들이 이용하기에 문턱이 높은 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분양가를 낮추고 평형대도 중소형으로 다양화하는 등 실버주택이 보다 대중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실버타운이 단순 주거 차원으로 지어지는 게 대부분이지만 실버주택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버주택의 개념도 진화할 것"이라며 "새 트렌드에 맞춰 여가와 레저 생활이 접목된 다양한 개념의 실버주택을 도입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사장은 '박치기 왕'으로 유명한 전 프로 레슬러 김일씨에게 '노블레스타워' 32평형을 무상으로 제공키로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어릴 적 영웅처럼 여겼던 김씨가 현역 시절 박치기 후유증으로 생긴 뇌혈관 질환과 심부전증 등으로 장기 투병중인 모습을 보고 언젠가 실버주택을 건립하면 가장 먼저 입주시키고 싶었다"며 "이번 기회에 실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는 실버주택이 완공되는 내년 10월 이곳으로 옮겨올 예정이다.
바쁜 회사 운영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려대 지리학과 박사과정을 밟을 정도로 학구열이 뜨겁다. 최근에는 모교인 고려대에 사범대 신축기금으로 1억원을 기탁키로 하는 등 남다른 모교사랑을 실천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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