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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북한, 어른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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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북한, 어른 만들기

입력
2006.06.1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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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근로자들을 한국에 데려다가 발전시설 관리와 정비기술을 가르쳤던 국영기업의 전직 대표는 중국의 잠재력을 대단하게 보지 않았다.

중국 근로자들은 주변에 누가 있으면 일하는 척할 뿐 혼자 있으면 대충 시간만 때우더라고 했다. 이 분은 이런 태도가 시키는 일만 해온 공산국가에서 오래 살아오면서 몸에 밴 습성이라 절대로 짧은 시간 내에 고쳐지지 않으며 그 때문에 중국의 잠재력이란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 경쟁과 협력 체험해야 스스로 발전

전제주의든 공산주의든 구성원들에게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주지 않는 환경에서 오래 살다 보면 누구나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되어 버린다.

이런 사회는 정치적으로는 독재를 깨지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느 한계 이상은 성장하기 힘들다. 세계 역사가 일러주는 교훈이다. 중국이 현재 그나마 이룩한 발전은 프랑스 유학파인 덩샤오핑이 기초를 닦고 서방의 민주국가에서 경쟁과 협조를 체험한 화교들이 고국으로 돌아오면서 자리를 잡았다.

중국은 그 후에도 아시아권에서는 가장 많은 유학생을 미국에 보내면서 성장동력의 기술을 배워갔다. 그런데도 보편적인 국민의 수준은 공산주의적 생활방식에 쩔어 있어서 이것이 곧 중국 발전의 장애물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이 경영자는 분석했다.

중국도 이런데 북한은 오죽할까. 길게 보면 1945년부터, 짧게 본다고 해도 김일성 체제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제거해버린 1955년부터 북한은 세습독재의 길을 걸어왔다. 동구권이 사회주의를 포기한 1990년대를 고비로 북한에 비하면 자유롭고 발전한 동구권을 경험하는 유학생들조차 사라지게 됐으니 북한을 발전시킬 지식인 계층은 과연 북한 내부에 존재할 수 있을까. 스스로 판단해서 정치적으로는 민주적이고 경제적으로는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만일 북한 스스로 발전의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한국의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는 아닐까. 아니, 독재정권만 연장시키는 것은 아닐까.

북한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이 창립10주년 기념으로 12일까지 4주 동안 월요일마다 서울에서 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는 진보적인 단체들 역시 이 문제를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북한에도 식량난을 계기로 스스로 벌어먹으려는 시장경제가 싹트고 있으면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자생적인 시민계층이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을 '사회시민세력'이라고 명명한 서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지원한 식량이 빼돌려진다고 걱정하지만 바로 이 빼돌려진 식량이 장마당(시장)에 흘러나가면서 시장경제가 촉발됐다"고 평가하면서 이 추세는 되돌릴 수 없는 대세라고 설명했다.

좋은벗들 대표인 법륜스님은 "개발을 위해 민주화와 인권문제는 유보하자고 (남한에서) 주장하던 (보수적인) 이들이 북한에 대해서는 인권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남한에서) 개발보다 민주화와 인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는 인권 보장 이전에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명 성장은 민주화를 가져오고 민주화는 성장을 가져오지만 한국이 현재에 이른 과정을 북한에도 적용시켜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에 사회시민세력이 성숙할 때까지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 '독재' 사실이지만 정부로 존중해야

보수주의자들의 주장대로 북한이 민주화와 인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원과 교류를 끊을 경우 독재정권만 사라진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않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 쏟아지는 난민을 흡수할 여력이 과연 한국에 있을까.

그런 점에서 어떻게 북한을 성숙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차원으로 북한 지원 논쟁은 발전했으면 좋겠다. 또한 국가 대 국가로 접촉하면서 북한 정부를 존중해야 하는 현실적인 고려마저 공격하는 보수주의나, 반미를 위해 북한의 체제를 이상적으로 보는 진보주의는 둘다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 상식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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