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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고 이긴 날 찬호 110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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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고 이긴 날 찬호 110승

입력
2006.06.1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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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 전구단 상대 승리도, 빅리그 통산 110승 달성도 ‘코리안 특급’ 박찬호(33ㆍ샌디에이고)에게는 큰 의미가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 축구 대표팀의 토고전 승리가 더 큰 기쁨이었다. 박찬호는 14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이후 현지 취재진들에게 “한국이 독일 월드컵에서 토고를 이겼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것이다”라고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박찬호는 이날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벌어진 다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을 3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막아 팀의 9-1 대승을 이끌었다. 시즌 4승(3패)을 달성한 박찬호는 ‘친정팀’을 상대로 내셔널리그 전구단 상대 승리를 거뒀다.

샌디에이고를 비롯한 인근 지역 교민들에게 이날은 축제였다. 현지시간 새벽 5시부터 열린 한국과 토고의 축구경기를 보느라 잠을 설쳤지만 붉은 옷을 입고 저녁 6시부터 경기가 펼쳐진 펫코 파크를 찾았다. 이들은 박찬호가 상대 타자를 범타로 요리할 때마다 뜨거운 응원을 펼쳤고 마침내 통산 110승을 달성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라커에서 현지 취재진에게 2002한ㆍ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 유니폼 상의를 자랑스럽게 내보인 박찬호는 “다저스전 승리는 1승에 불과하다”면서 “무엇보다도 축구 대표팀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경기를 준비하느라 축구 경기를 보지 못했다는 박찬호는 빨리 집으로 가서 녹화 중계를 봐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샌디에이고 지역신문 기자가 “한국 축구가 어느 팀을 이겼나”라고 묻자 신이 난 박찬호는 “아프리카에 있는 토고를 이겼다. 매우 좋은 팀이지만 한국이 2-1로 역전승했다”고 열심히 설명했다. 박찬호는 “한국이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다면 나도 독일에 가서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독일에서 전해진 승전보에 가슴이 들뜬 박찬호는 이날 ‘친정팀’ 다저스 타선을 상대로 3회까지 퍼펙트게임으로 막았다. 4회에 첫 안타를 허용한 박찬호는 5-0으로 앞선 5회초 2사 1ㆍ3루서 러셀 마틴에게 적시타를 맞고 첫 실점했다. 6이닝을 단 1실점으로 막으며 평균자책점을 4.36에서 4.15로 낮췄다.

박찬호는 방망이 솜씨도 뽐냈다. 2타수 1안타를 쳐내며 타율을 3할6푼4리에서 3할7푼6리로 끌어올렸다. 박찬호는 5회 무사 2루에서 다저스의 서재응(29)을 상대로 희생번트도 성공시켰다. 브루스 보치 샌디에이고 감독은 “박찬호가 호투했을 뿐 아니라 타격과 번트에도 능하다”고 칭찬했다.

박찬호는 웃었지만 서재응은 울었다. 서재응은 1-5로 뒤진 5회말 선발 에런 실리를 구원 등판했으나 1사 1ㆍ3루서 마이크 캐머론에게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게다가 어깨 부상까지 입어 15일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일정대로라면 박찬호는 오는 19일 새벽 4시35분 LA 에인절스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출전한다. 한국과 프랑스의 축구경기가 벌어지는 새벽 4시와 시간이 겹친다. 한국 축구 대표팀과 박찬호가 또 다시 동반 승전보를 전해올 지 관심이 쏠린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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