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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용기' 한 대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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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용기' 한 대 사자

입력
2006.06.1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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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옷걸이 5개를 418만원에 샀대. 그 중에 132만원짜리도 있어…." 지난 3월 일부 언론의 보도는'서민을 위한다는 것은 말 뿐이고, 실제는 아방궁같이 청와대를 꾸미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려는 의도였다.

일부 포털사이트는 세탁소에서 거저 주는 철사옷걸이가 서민용임을 대비시키면서,'사치성 황제 옷걸이'를 질타하는 댓글들을 꼬드겨 댔다. 웬만한 대기업 회의실이나 국제회의장에서 100만원이 넘는 대형 외빈용 행거(높이 165㎝ 정도 옷걸이)는 귀하지 않다. 정상회담이 잦은 청와대에 그런 행거가 왜 필요하지 않겠는가.

■정부가 대통령전용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 중기계획에 이미 1,900억원의 예산이 반영돼 있다. 그것은 안전과 보안을 위한 군사시설용이고, 구입비는 1억달러 정도라 한다. 현재 쓰고 있는 대통령전용기'공군 1호기'는 1985년에 구입한 B737 기종이다.

항속력(航續力)이 3,000㎞ 정도여서 국내용으로, 혹은 일본 중국 등을 방문할 때만 사용한다. 그나마 탑승인원이 30~40명에 불과해 다른 전세기가 뒤따라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을 순방할 때는 보다 큰 민항기를 임차ㆍ개조해 전세기로 쓰고 있다.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은 미국 대통령의 상징 중 하나다. 1943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 때부터 생겼고, 현재의 초대형 최첨단 B747-200은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장만했다.

그는 기체에 커다랗게 'United States of America'라고 쓰고 성조기를 그려 자존심을 과시했다. 그것을'하늘의 백악관'이라 부르는 것은 무한 체공(?)이 가능하며 백악관처럼 안전하게 집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영국 프랑스는 물론 중국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등도'날아다니는 집무실'을 갖고 있다.

■전용기 논란이 한명숙 국무총리의 유럽방문서 불거진 것은 안타깝다.'공부나 제대로 하지 웬 교복 탓?'이라는 핀잔이 두려웠는지 말도 꺼내지 못했다. 약속시간을 대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다 "우리도 곧 전용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대통령전용기 문제를'132만원짜리 옷걸이'식으로 말하는 것은 쩨쩨하다.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처리할 업무가 많아지고, 외교는 형식과 체면도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 새 전용기는 3부요인도 이용하고 국가적 행사에도 쓰일 요량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우리 선수단이'대~한민국 1호기'를 타고 가는 것만으로도 본전 일부는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정병진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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