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31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압도적 민의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읽고 수용하는 것은 여권의 총체적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반성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여러 정책오류, 서민의 민생고를 외면한 이념형 이슈 집착 등 갖가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체제를 꾸린 것이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그리고 여당 일각은 아직도 개혁에 관한 공허한 논쟁을 계속하며 교조적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변화는 개혁을 통해 이뤄지며 저항 없는 개혁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개혁의 장애로 ‘기득권의 함정’ ‘교조적 논리’를 들면서 “교조적 논리로 부동산 정책, 교육개혁 등 정부 정책을 흔드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국정 방향과 정부의 정책에는 오류가 없으며 이에 대한 반대는 기득권의 저항이라는 투다. 그러니 비록 선거 결과가 여당에게 사상 최대의 패배를 안겨주었다 해도 이를 인정할 수 없으며 민의를 반영하는 정책 조정이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선거에서 충격적인 심판을 당하고도 대통령이 여전히 모호한 태도와 추상적인 논쟁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딱한 노릇이다. 유권자들의 대다수가 이번 선거가 대통령의 실정을 심판하는 것이었다고 밝히는 마당에 대통령의 메시지는 여전히 국민에 역행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추상적 기득권을 지칭하며 교조적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의 이런 자세야 말로 교조적이다. 유권자들로서는 반개혁 세력의 저항보다 대통령의 반선거적 저항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집권층의 오만과 독선, 무능에 일제히 등을 돌린 것이 지난 선거였다. 민의는 지극히 단순하고 상식적인 뜻을 담고 있다고 본다.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은 지난 3년간 지쳐 왔다. 국민 앞에 또 다시 엉뚱한 판을 벌일 요량인 듯하나 그런 판단과 배짱을 갖는 여유가 놀랍기만 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