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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쓰는 월드컵] (4) 요한 크루이프와 토털축구, 그리고 히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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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쓰는 월드컵] (4) 요한 크루이프와 토털축구, 그리고 히딩크

입력
2006.06.1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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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생인 거스 히딩크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감독이 돼 제일 먼저 떠올린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히딩크 또래의 축구를 좋아하는 유럽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의 북한팀이 아니었을까.

당시 북한은 사다리 전법이라는 독특한 전술로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8강전에 올랐다.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도 형편없이 작은 키이지만 번개 같은 슛으로 3-0 으로 앞서가다 체력의 열세로 3-5으로 패했다.

히딩크는 한국의 대표팀은 체력만 보강한다면 무서운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더욱이 네덜란드는 몇몇 스타 플레이어에게만 의존하지 않는 팀 컬러로 모든 선수가 쉴 새 없이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전통을 갖고 있다.

예상대로 히딩크는 부임하자마자 선수들에게 90 분 동안 쉬지 않고 뛸 체력을 요구했다. 결과는 2002년 6월 4일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나타났다.

한국의 지치지 않는 몸놀림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은 폴란드를 완전히 압도했다. 황선홍이 첫 골을 넣고 유상철이 추가골을 넣어 2-0 의 스코어로 한국은 월드컵에서 첫 승을 거뒀다.

히딩크가 체력 제일주의를 고수하는 것은 토털 축구의 원조격인 요한 크루이프와 무관하지 않다. 1970년대 초 네덜란드의 아약스 암스테르담에서는 히딩크와 동년배인 크루이프라는 이름의 천재가 토털 축구라는 전술로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었다.

토털 축구는 모든 선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뛰어야 하는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전술로 그 중심 선수가 크루이프였다. 마치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과학자 케머링 오네스가 발견한 초전도체 내에서 전자들이 도체 내를 아무런 저항 없이 흐르듯 아약스 선수들은 상대방 진영을 거침없이 누비고 다녔다.

1974년 월드컵 준결승리그에서 크루이프의 네덜란드는 아르헨티나를 무려 4-0으로 물리치고, 우승후보 브라질도 2-0 으로 격파했다.

유럽팀이 어떻게 해야 개인기가 좋은 남미의 강팀을 무찌를 수 있는가, 시범을 보여준 것이다. 이에 자극을 받은 네덜란드의 모든 클럽 팀들은 아약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뛸 수 있는 체력을 선수들에게 요구했다.

30년 후 한국 대표팀의 감독이 된 히딩크가 미드필더로 뛰고 있던 에인트호벤도 예외가 아니었다. 히딩크는 에인트호벤 시절 몸으로 익힌 토털축구의 정신을 그대로 적용하여 한국 팀이 4강까지 오르게 했다.

12일 밤 이 정신은 호주팀을 통해 다시 월드컵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마다 요한 크루이프가 돼 몰아 부치는 호주 선수들 앞에 일본은 무릎을 꿇었다.

무형의 전통이 오렌지군단(네덜란드)에서 붉은 악마를 거쳐 황색돌풍(호주)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축구에는 다른 어떤 스포츠도 따라잡을 수 없는 보편성이 있다.

남균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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