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익스프레션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아시아 비보이 팀 중 최초로 세계 비보이 경연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우승했고, 비보이들로는 처음으로 팀 이름을 걸고 TV 광고에 출연했다. 최근 발표한 무용극 ‘마리오네뜨’는 해외 비보이 매체들로부터 만점인 별 다섯 개를 받으며 한국 비보이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익스프레션의 화려한 성과는 비보이 문화에 대한 이우성(30) 단장의 확고한 신념이 밑바탕이 됐다. “우리는 전문 비보이들인데 사람들은 우리를 아직도 백 댄서로만 생각해요. 이런 생각을 바꾸려고 ‘마리오네뜨’를 구상했죠.”
1992년 전문 댄스팀 ‘이우성과 턴테이블즈’로 데뷔했고, TV 댄스 콘테스트 프로그램에 출연, 아이돌 스타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그들에게 댄서 대신 가수 데뷔를 권했고, 반짝 인기가 시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외면했다. 97년 익스프레션을 창단한 후 한동안 비보이 활동만으로 생계가 어려워 백 댄서 일을 해야 했다. 그러나 댄서란 오직 춤만으로 자생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세계대회와 창작 무용극에 도전했다.
“아직도 수입의 많은 부분을 기업 후원 이벤트에 의존하죠. 비보이의 힘만으로 관객들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공연을 해야 자립할 수 있어요.”
물론 어려움도 많다. 국내에서는 브레이크 댄스가 이론적으로 체계화하지 않아 안무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전무했다. 결국 영화 ‘존 말코비치’에서 잠깐 나오는 마리오네뜨 인형의 동작을 보고, 직접 마리오네뜨 인형을 조작하며 움직임을 익힌 끝에 안무를 완성했다. 조만간 인터넷에 소개된 분량에 안무를 추가해 1시간 20분짜리 공연으로 완성, 정식으로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이미 여러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해외 순회 공연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목표는 ‘마리오네뜨’의 상업적 성공만이 아니다. “하루 6시간씩 연습하는 한국 비보이들의 실력은 이미 세계 최고예요. 하지만 그 기술을 바탕으로 비보이만의 독창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건 아직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가지 못해요. 그들에 필적할 창조성을 보여준다면 비보이도 당당한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바람이 실현된다면, 몇 년 후 ‘비보이’ 이우성이 아닌 ‘안무가’ 이우성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강명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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