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믿어지지 않는 감동의 역전 드라마다. 4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독일 월드컵 토고전을 맞아 ‘붉은 화요일’이 됐던 13일 밤, 안정환이 후반 27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자 방방곡곡은 환희의 함성에 잠겼다.
“16강을 넘어 4강 신화를 다시 일구자”는 외침이 넘쳤다. 이날 거리에서는 전국 267곳, 218만명(경찰 추산)이 모여 오롯이 재현된 2002년의 기억에 감격했다.
2002년의 감동이 다시 한번
50만 인파가 몰린 서울광장 청계광장 세종로 등 광화문 일대는 이날 오후 6시께부터 교통 통제가 시작될 정도로 일찌감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오후 9시에는 일대에 아예 차량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붉은 바다로 변했다.
힘찬 응원에도 불구하고 전반을 0_1로 뒤지면서 끝맺자 서울광장의 분위기는 “믿을 수 없다”며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 극적인 역전에 성공하자 서울 도심은 붉은 악마가 내지르는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서로 얼싸안으며 역전승을 자축했고 축포와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대학생 정소희(20ㆍ여)씨는 “당연히 이길 줄 알았지만 꿈만 같다. 태극전사 오빠들을 끝까지 믿었다. 다음 경기도 잘해달라”고 외쳤다. 미국인 브라이언(20)씨는 “이런 열광은 처음 봤다. 한국팀이 이길 줄 알았다”고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7만명이 관중석과 그라운드를 가득 메워 6월의 붉은 장미 송이처럼 화사했다. 경북 안동에서 올라온 류호정(32)씨는 “응원의 열기를 만끽하기 위해서 휴가를 내고 왔다. 후반에 집중력을 보여준 만큼 4강은 무난하다”고 자신했다.
감동을 진정시키기 어려운 많은 시민들은 새벽까지 도심에 남아 “대~한민국”을 외쳐댔고, 거리의 차량들도 경적소리로 장단을 맞췄다.
독도 군부대 교도소에도 붉은 물결
독도에선 붉은 옷으로 갈아입은 독도경비대 대원들이 50인치 TV 앞에 모여 앉아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독도경비대 강이황 경위는 “4년 전 대학생 신분으로 느낀 승리의 희열을 외딴 섬 독도에서 다시 찾아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육군 7군단 연병장엔 장병과 지역주민 등 3,000여명이 모여 한국의 첫 승리를 즐겼다. 강원도 육군 23사단은 삼척 해수욕장을, 해군 장병들은 함상을 붉게 메웠고, 멀리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서도 승리를 자축했다.
전국의 교도소와 구치소 수용자 4만7,000여명도 교정 당국의 허가로 이날만큼은 푸른 죄수복을 입고 마음껏 승리를 축하하는 함성을 질렀다.
서울 영등포교도소 재소자 김모(51)씨는 “프랑스와 스위스를 넘으려면 2-0 정도로 이겼어야 하지만 오늘 같은 밤이면 안 자도 좋다”고 기뻐했다.
붉은 물결에 맞선 검은 응원도
전국이 붉게 물들었지만 서울 이태원의 한 아프리카음식점 만큼은 검게 물들었다. 해피홈레스토랑엔 25인치 TV 앞에 모여 앉은 50여명의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토고~~”를 외쳤다.
나이지리아인 그레고리(37)씨는 “토고가 져서 아쉽지만 우리 역시 한국에 살고 있고 한국에서 돈을 벌고 사랑하는 한국 친구가 있는 만큼 한국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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