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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멘:최후의전쟁 "소화불량 걱정되는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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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멘:최후의전쟁 "소화불량 걱정되는 캐릭터들"

입력
2006.06.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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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코믹스의 연재만화를 영화화한 ‘엑스맨’ 시리즈는 블록버스터를 즐길 때면 뭔가 찜찜하고 불편하던 우리 심기를 편안하게 해주는 영화다. 너무 깊이 빠지면 ‘노 브레인’처럼 보일지 모른다는 자기 검열의 압제에서 벗어나 남부끄럽지 않게 몰입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 그것이 적당히 정치적이고, 적당히 철학적인 이 SF 액션 판타지의 미덕 중 하나다.

‘다른 것은 열등한 것이 아니다’라는 올바른 명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때릴 것은 때리고, 부술 것은 다 부수는 이 영리한 영화는 3편에서 더 화려해진 액션과 화끈한 스케일로 ‘문약한 액션물’이라는 전편들의 업보를 청산한다.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엑스맨들과 엑스맨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으로 이들을 섬멸하려는 인간 사이의 전쟁을 그렸다는 점에서 ‘엑스맨: 최후의 전쟁’은 전편들의 문제 의식을 그대로 승계했다. 그러나 3편은 돌연변이를 인간으로 바꾸는 ‘큐어’라는 ‘치료제’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차별 담론을 한층 강하게 비판하면서, 그런 차이가 고유의 개별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생생하게 은유한다.

인간과의 평화 공존을 염원하는 사비에(패트릭 스튜어트) 교수가 이끄는 엑스맨들, 그리고 인간들과의 전쟁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매그니토(이안 맥켈런)의 ‘브라더후드’는 인간들의 ‘큐어 프로젝트’ 앞에서 또다시 대립한다. 2편에서 인류를 구원하고 장렬하게 전사한 진 그레이(핌케 얀센)가 회생해 돌아오지만, 사비에 교수에 의해 억제됐던 그녀의 이중적 초자아 ‘피닉스’가 엄청난 위력으로 깨어나면서 그녀는 매그니토 일당에 포섭된 채 엑스맨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사상 최대 규모인 1억5,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금문교와 알카드래즈 섬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통 큰 액션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상 무수한 SF 판타지들과 구분되는 ‘엑스맨’만의 매력은 장애인, 동성애자, 유색 인종 등 소수자들에 대한 알레고리로 환치할 수 있는 캐릭터의 깊은 함의에 있다. 놀라운 상처 치유력을 가졌지만 손등의 칼날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내는 울버린(휴 잭맨), 몸이 닿기만 하면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통에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로그(안나 파킨) 등 독특하고 기발한 ‘캐릭터의 성찬’ 덕에 인물 묘사만으로도 이야기는 절로 굴러간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 캐릭터 수의 증가는 속편의 숙명이지만, 16명은 너무 많았다. 캐릭터 충격의 효과가 전편을 거치며 이미 탕진된데다 개별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밀린 숙제하듯 1인분씩 해치워 버리는 바람에 가장 중요한 장면인 진을 향한 울버린의 러브스토리마저 생뚱맞게 느끼게 한다.

이번 영화가 시리즈의 최종 완결편이라는 20세기폭스의 공식 선언에도 불구, 엔딩 크레딧에 이어 4편의 등장을 예고하는 장면이 불쑥 나타나는 것은 관객 배신에 가깝다. 찍고 보니 세 편으론 안 되겠단 마음이 들었나 보다. ‘러시아워’를 만든 브렛 라트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제 ‘X-Men:The Lsat Stand’. 15일 개봉, 12세.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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