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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아르코' 앞둔 커미셔너·기획자 총사퇴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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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아르코' 앞둔 커미셔너·기획자 총사퇴 파문

입력
2006.06.1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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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된 2007년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의 한국측 커미셔너와 기획자들이 문화관광부와의 마찰로 모두 사퇴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행사의 한국측 총괄 책임자인 커미셔너 김선정씨는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문화관광부의 지나친 간섭과 지시 때문에 주빈국 행사를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워 총사퇴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주빈국 행사의 ‘백남준 회고전’ 기획자인 데이비드 로스(전 휘트니 미술관장), ‘젊은 작가들’전 기획자 찰스 에셔(네덜란드반 아베 미술관장), 공연ㆍ영화ㆍ포럼ㆍ사진전ㆍ건축전의 국내 기획자들과 사무국 직원도 모두 그만 뒀다.

매년 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아르코 아트페어는 스페인이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 지원하는 현대미술의 국제 시장으로, 주빈국은 현대미술을 소개하고 파는 것 뿐만 아니라 공연, 학술, 영화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자국 문화를 소개한다

. 행사 개막을 여덟 달 밖에 안 남긴 시점에서 진행 책임자들이 모두 사퇴함에 따라 주빈국 행사 준비 차질은 물론 한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에도 금이 가게 됐다.

김선정씨는 “커미셔너로서 전문성과 자율성,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해 그만 두기로 했다”며 “조용히 물러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조리한 관행이 고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와 기획자들은 문화관광부가 주빈국 행사에 국립무용단의 ‘코리아 판타지’ 공연을 넣는 대신 애초 계획했던 두 개의 전시와 학술 행사를 빼라고 지시하는 등 부당한 간섭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문화관광부에 갔다 온 8일 오전 11시 30분께 주빈국 행사의 예산 집행을 중단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며 “더 이상 일 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그날 오후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김씨와 기획자들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예술 행사 내용을 공무원이 해라 마라 결정하는 것은 문화 후진국의 전형적인 행태”라며 “우리의 총사퇴로 문화행정의 구시대적 관료주의가 사라진,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획자 중 한 명인 찰스 에셔는 동반 사퇴를 알리며 보내온 서신에서 “예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작가와 큐레이터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전문성의 원칙을 지킬 때만 성공할 수 있는데, 이번 사태는 이런 원칙이 계속 무시된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합리적 예산 지원 차원에서 행사 프로그램을 검토했으며,‘코리아 판타지’공연은 전통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라며 “후임 커미셔너가 선임되면 행사 준비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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