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첫 여성 경비대원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주희(25), 정명진(24)씨로 이들은 4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달부터 푸른색 제복을 입고 대법원 청사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올해 1월 창설된 대법원경비관리대는 그 동안 전체 대원 30여명이 모두 남성이었다. 이씨와 정씨는 여성 경비대원들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뒤늦게 선발됐다.
그러나 이들의 업무는 남성 대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근무 중 가스총을 지니고 다니는 이들의 주된 업무는 법정 경비다. 법정에서 예기치 않은 난동이 발생했을 때 난동을 피운 사람을 법정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정씨는 “아직 심각한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닥치면 충실히 제 역할을 해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여성은 검증된 경비대원들이다. 이력부터 범상치 않다. 경찰이나 군인의 꿈을 키워온 정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태권도, 호신술 등 각종 무술을 익혔다.
중학교 때는 태권도 선수로 활약하면서 전국 대회에 출전해 여러 차례 입상하기도 했다. 고교 졸업 후 정 남자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육군 특수전사령부에 입대, 5년 동안 고된 훈련을 받으며 경비에 대한 실전 감각을 익혔다.
태권도 3단, 합기도 1단에 특공무술 2단으로 무술 공인 합계 6단이다. 이씨도 정씨 못지않다. 태권도 1단에 합기도 3단, 유도 2단의 실력을 겸비한 그는 무술 특기를 살려 대학에서 경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김포공항 보안검색 요원, 서울 유명호텔 안전요원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무술 달인이라고 해서 이들이 법정 경비만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검색대에서 방문자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일부터 민원상담까지 다양한 일을 해낸다.
공개변론 방청객의 3분의 1 이상이 여성인 만큼 무뚝뚝한 남성보다는 여성이 몸수색이나 안내 등을 맡으면 법원 이미지가 훨씬 부드러워지는 측면이 있다. 이씨는 “민원인들이 대체로 좋은 일 때문에 법원을 찾지는 않는다. 가끔 인상을 찌푸리며 들어오는 분들에게도 우리가 친절하게 대하면 금방 표정이 밝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두 여성은 “대법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정을 갖고 지원한 만큼 책임감이 무겁다”며 여성 경비대원 1호의 각오를 다졌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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