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드 감독의 토고전 필승 키워드는 ‘변화’다. 한국축구대표팀은 평가전을 마친 뒤 언론에 커튼을 비공개 훈련을 했다. 13일 결전을 앞두고 다시 나타난 아드보카트 감독은 3장의 카드를 들고 있었다. 3-4-3 포메이션과 새로운 스리톱 공격라인, 그리고 이영표 송종국을 전진 배치한 양 날개의 새 포진이다.
지금까지 행보로 볼 때 모두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선택이다.
▦3-4-3 포메이션으로 회귀=
아드보카트 감독은 12일 “비공개 훈련에서 4-4-2와 3-4-3으로 편을 갈라 11대 11 연습 게임을 했다”고 밝혀 선발 라인업을 3-4-3 포메이션으로 짤 것임을 암시했다. 그가 그토록 포백 수비 완성에 공을 들인 사실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선택이다. 대표팀은 1월 18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평가전(0-1패) 이후 13차례의 평가전 동안 3-4-3 포메이션으로 경기한 적이 한번도 없다. 1일 노르웨이와의 평가전 후반 잠깐 실험을 했지만 그나마 15분 남짓에 그쳤다. 아드보카트 감독 취임 이전에 대표팀 전술의 기본 틀이기는 했지만, 16강 진출이 걸려있는 한판 승부에 사용하는 것은 분명 모험이다.
▦새로운 스리톱=
토고 격파의 최전선에는 조재진(시미즈),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천수(울산)가 나설 전망이다. 모두 동갑내기인 81년생. 이천수와 조재진은 생일까지 같다. 역시 실험적인 성격이 짙은 카드다. 부임 후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조합이다. 실전에서 손발도 맞춰보지 않았다.
원톱 스트라이커로 나설 조재진은 독일 입성 후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할 만큼 몸 상태와 볼 감각이 좋다. 185㎝의 키에 몸싸움에도 능해 토고 수비수들을 상대하기에 제격이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말리를 상대로 헤딩슛으로 2골을 뽑아내 아프리카 축구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박지성은 본래 포지션은 윙포워드다. 비록 측면 공격수로 출장하지만 위치에 구애 받지 않고 공격 루트를 개척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가장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이천수는 스피드를 이용한 측면 돌파는 물론 전문 키커로 세트 피스 상황에서의 ‘한 방’도 기대된다.
좌 영표 우 종국의 전진배치=2002년 월드컵의 일등 공신이 다시 뭉쳤다. 이영표(토트넘)과 송종국(수원)은 토고전에서 좌우 윙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할 전망이다. 대표팀 소집 이래 좌우 윙백으로 호흡을 맞춰본 적은 있지만 미드필더로 전진배치된 것은 오래간만이다.
이영표와 송종국의 책임은 막중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3-4-3 포메이션을 채택한 것도 두 사람을 믿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수비 전환시 상대방의 윙 플레이어를 차단해야 하는 것이 3-4-3 포메이션에서 윙미드필더의 역할이다. 90분 내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다른 손에 몇 장의 히든 카드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 토고에 압승을 거두기 위해 취해진 조치다. 토고에 대한 단순한 승리는 더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독일)=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