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이 한층 깐깐해진다. 물가안정목표제를 지금보다 훨씬 엄격하게 운용함으로써 물가상승압력에 보다 먼저, 보다 공격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등 한은의 ‘인플레 억제(Inflation-fighter)’역할이 대폭 강화된다.
12일 재정경제부와 한은에 따르면 두 기관은 내년부터 새롭게 적용될 물가안정목표(Inflation-targeting) 수준과 기준 수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중이다. ‘물가’ 기준을 현 근원물가(Core inflation)에서 소비자물가로 전환하고, 목표수위도 현 2.5~3.5%에서 더 낮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안정 목표제란 중앙은행이 인플레 차단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해 억제목표치를 미리 제시하는 것. 만약 시중물가가 이 목표치를 위협하면 한은은 즉각 유동성 흡수(금리인상)에 착수하기 때문에, 물가안정목표는 콜금리 결정의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 영연방국가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998년 도입했다. 벤 버냉키 미 연준의장이 물가목표제 지지자이며, 일본 중앙은행 역시 제로금리 시대 이후 정책대안으로 제도도입을 검토하는 등 널리 확산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물가안정목표는 근원물가 기준으로 2004~2006년 3년 평균 2.5~3.5%(3±0.5%)로 설정되어 있으며, 2007년부터는 새로운 목표치가 적용된다.
목표수준 낮춘다
유가불안에도 불구하고 현재 물가는 목표수준보다 훨씬 낮은 2%대에서 안정되어 있다. 돌려 말하면 물가목표가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는 셈이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의미없는 수준의 목표라면 낮추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고,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지금보다 1%포인트 낮은 1.5~2.5%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가목표를 하향조정하면 한은은 그만큼 선제적, 공격적 금리정책을 펴야 한다. 인플레 징후가 나타날 경우, 과거보다 더 빠르게 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12일 창립기념사에서 “종래 시각으로 물가문제에 접근하면 유동성 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금리정책 추진의사를 피력했다.
기준도 바꾼다
현 물가목표제의 기준이 되는 근원물가는 일반 소비자물가에서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뺀 지표.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은 기상재해나 국제유가변동에 의해 급등락할 수 있는 만큼, 중앙은행의 통제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은 물가파급구조가 달라진 만큼, 앞으론 물가목표제의 기준도 근원물가에서 소비자물가(CPI)로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근원물가를 기준 삼았던 나라들도 다시 소비자물가로 되돌아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통상 근원물가보다는 소비자물가가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3% 근원물가 아닌 3% 소비자물가를 달성하려면 중앙은행은 더 강력한 인플레억제정책을 펴야 한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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