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직전 우리 국민들의 기대는 소박했다.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1승만 올려도 큰 성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06 독일월드컵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다르다. 16강을 넘어 4강의 영광을 맛본 국민들은 16강 탈락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해외 도박사들이 한국의 16강 진출을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평가전 결과가 불만인데도 국민 대다수는 16강 진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운이 따르면 8강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 “아드보카트가 이끄는 한국대표팀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둬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는 히딩크의 발언은 국민들의 기대를 부풀게 하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해외에서 보는 눈은 냉정하다. 영국의 유명 도박회사 레드브록스가 내놓은 우승확률을 보면 한국은 150대 1로 일본과 함께 32개국 중 23번째다.
토고는 350대 1로 우승확률이 우리보다 낮지만 프랑스 스위스는 각각 12대 1, 100대 1이다. 영국의 또 다른 도박회사 윌리엄 힐의 평가는 더욱 인색해 한국의 우승확률은 201대 1로 일본(151대 1)보다 낮다. G조 순위에서도 프랑스 스위스에 이어 3위로 올려놓았다.
■ 물론 확률이 전부는 아니다. 4년 전 도박사들이 예상한 한국의 우승확률은 150대 1, 조 순위도 폴란드에 이어 3위에 그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이긴 후 우승확률은 66대 1, 16강전 승리 후 16대 1, 8강전 승리 후 6대 1까지 치솟았다.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 프랑스 포르투갈의 예선 탈락을 예견하지 못했듯 한국의 4강 역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축구란 이변의 게임이기도 하다. 홈 그라운드의 이점에 붉은 악마의 성원이 기적 같은 이변을 낳았다.
■ 오늘 밤 토고와 첫 경기를 치른다. 승리를 기원하는 국민의 염원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원정경기의 징크스를 극복하는 일이 쉽지 않다. 4년 전 붉은 악마의 함성에 지칠 줄 모르는 투혼을 발휘했다면 이번에는 그 반대의 상황을 예상해야 한다. 승리한다면 기쁠 테지만 패배하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월드컵이라는 지구촌 축제를 즐기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번 월드컵의 슬로건대로 이 기간만은 지구촌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시간’(A time to make friends)임을 잊지 말자.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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