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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바다는 왜 파란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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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바다는 왜 파란색일까?

입력
2006.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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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온다. 넓게 트인 푸른 바다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각박하고 바쁜 살림살이지만 에메랄드 빛깔의 여름 바다로 달려갈 휴가를 꿈꾸며 버티는 직장인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바다는 왜 파란색일까? 수돗물을 유리컵에 받아 놓고 보면 투명하게 보이는데 왜 항상 ‘파란’, ‘푸른’, 혹은 ‘에메랄드 빛’ 바다만 있는 것일까? 오늘은 우리에게 가슴이 탁 트이는 신선함을 안겨 주는 바다의 푸른 빛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자.

바다의 색깔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색’이 무엇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햇빛이나 형광등의 빛은 흰색이지만 이 속에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빛깔이 골고루 섞여 있다. 초등학교 시절 햇빛에 프리즘을 대어 무지개 색을 만들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 흰색 빛은 물체의 표면에 부딪혀 반사하면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 낸다.

형광등 밑에서 잘 익은 사과 하나를 바라 보자. 형광등에서 나온 흰색 빛은 사과에서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 온다. 사과 표면에 입사되는 빛은 분명히 흰색이지만 사과는 우리 눈에 빨간색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사과 표면이 ‘빨주노초파남보’ 중에서 주로 빨간색을 반사하고 나머지 빛깔들은 흡수해 버리기 때문이다. 병아리가 노란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햇빛이 병아리의 깃털에 부딪히면 주로 파란색 계열의 빛이 흡수되어 버린다. 흡수되지 않고 반사되는 빨간빛과 초록빛이 섞여서 눈에 들어 오면 우리는 노란색을 느낀다.

거대한 고딕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운 색깔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모래와 탄산석회, 탄산소다 등을 녹여 투명한 유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금속 산화물을 첨가하느냐에 따라 색유리의 색상이 결정된다. 집어 넣는 금속 산화물 종류에 따라 햇빛 중 색유리를 통과하면서 흡수되는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투명 유리에 코발트를 첨가하면 파란 색유리가 만들어진다. 햇빛이 코발트가 첨가된 유리를 통과하면서 주로 빨강과 녹색 계열의 성분이 흡수되기 때문이다.

이 정도에서 왜 바다가 파란 빛깔을 띠는지 눈치챈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물은 ‘빨주노초파남보’ 중에서 빨간색 계열의 빛을 약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햇빛이 바다 표면에 입사되면 비교적 덜 흡수되는 파란색 계열의 빛이 물 표면 근처에서 더 많이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온다. 바닷속으로 들어가도 마찬가지이다. 바닷속에서 수면을 바라보면 물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햇빛 중 빨간색 성분이 조금 흡수되면서 바닷물이 조금 푸르스름해지게 된다. 깊이 들어갈수록 이 색깔은 더 진해질 것이다.

그러다면 물분자(H2O)들이 모여 있는 바다가 왜 빨간색 성분의 빛을 흡수할까. 물분자는 산소 원자 하나를 놓고 수소 원자 두 개가 약 104도의 각도로 결합되어 있는 구조다.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는 물분자 내에서 서로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면서 끊임없이 진동한다. 분자들의 진동 운동은 보통 빛의 특정 성분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바닷물을 이루는 물분자들의 경우는 주로 빨간색 성분의 빛을 흡수한다.

비슷한 일이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 속에서도 일어난다. 전자레인지는 1초에 24억5,000만 번 정도 극성이 바뀌는 마이크로파를 음식에 쬐어 준다. 그러면 음식 내 포함되어 있는 물분자들이 마이크로파의 장단에 맞추어 끊임없이 회전하면서 음식을 구성하는 다른 분자들과 부딪힌다.

북적대는 파티장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며 열을 내듯이, 물분자의 회전 운동은 마이크로파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음식을 데우는 열에너지로 바꾸어 놓는다. 물기가 전혀 없는 유리컵이나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려 해도 뜨거워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재현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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