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은 상대적이다. 따라서 수입차 업계가 약진한다는 것은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졌거나, 국내 업체가 수입차의 시장 잠식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 중의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현대ㆍ기아차와 GM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GM대우 모두 해외 시장에 치중,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에 마케팅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대ㆍ기아차는 내수 시장을 석권하면서도 국내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은 외국에 비해 크게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주요 국산차와 수입차를 분석한 결과, 현대ㆍ기아차가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마진을 남기고 승용차를 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KIET는 통계분석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주요 승용차 모델의 가격과 한계 생산비용을 추정한 결과, 현대 투스카니의 대당 마진이 967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또 현대 아반떼XD(576만원), 현대 에쿠스(511만원) , 기아 오피러스(510만원) 등 현대ㆍ기아차의 판매 마진이 포드 몬데오20(370만원), 폭스바겐 뉴비틀20(435만원), 렉서스 ES330(496만원) 등 수입차보다 높았다.
KIET 관계자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국산차의 판매마진이 수입차보다 높다"며 "이는 국산차에 비해 수입차들이 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와 GM대우의 경우 인하 여력이 있는데도 차량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는 반면, 수입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차량 가격이 상당 부분 인하됐거나 딜러 마진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객 서비스와 신차 출시 측면에서도 수입차 업계가 국내 업체를 압도한다. 수입차 업계는 올들어 이미 40여종의 신차를 출시했는데, 앞으로도 50여개 모델을 더 들여올 예정이다. 반면 현대차는 1998년부터 미국에서 동력장치에 한해 '10년-10만마일(16만㎞)' 무상 보증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3년-6만㎞'로 훨씬 적은 서비스 혜택을 주고 있다.
수입차 점유율이 5%에 육박하자, 그 동안 방관해온 국내 업체들도 수성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고급화다. 대표적인 게 기아차의 신형 오피러스다. 기존 오피러스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리어 램프 등 외관을 대폭 손질했는데, 내장과 안전ㆍ편의사양을 대폭 고급화해 풀 옵션 차량 가격이 5,600만원에 달한다. 르노삼성의 'SM7 프리미에르'와 쌍용차가 이달 내놓을 '뉴 체어맨'도 수입차급 성능의 국산차로 꼽힌다.
경희사이버대 이준엽 교수는 "현대ㆍ기아차가 애국심에 호소해 차를 팔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국내 업체도 품질은 물론 기업 이미지와 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수입차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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