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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월드컵에 빠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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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월드컵에 빠진 대~한민국

입력
2006.06.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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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날이 밝았다. 독일월드컵은 9일 개막했지만 우리에게는 토고와 G조 조별리그 1차전을 벌이는 13일이 사실상 독일월드컵의 시작이다. 4,800만 붉은 악마는 4강 신화 재현에 나서는 태극 전사들에게 한 마음으로 성원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월드컵을 상업주의에 이용하려는 미디어나 대기업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방송사들이 월드컵에 올인 하는 행태는 너무 지나치다. 예전에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폄하하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이번처럼 실감나게 느낀 적도 없다. 뉴스도, 쇼오락 프로그램도, 심지어 광고까지 하루종일 바보상자는 ‘붉은 물결’을 토해내고 있다. 메인 뉴스도 독일 현지에서 진행하고, 심지어 짝짓기 연예 프로그램도 독일로 날아갔다. 히말라야 고봉에 등정한 산악인도 테마는 ‘Again 2002’다. 이쯤 되면 할 말을 잃게 된다.

토고전은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중요한 일전이다. 그러나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스포츠 기자로서 축구를 몇 년 간 담당했던 기자는 솔직히 ‘꼭 16강에 진출하라’는 격문(檄文)을 쓰고 싶지는 않다. ‘공은 둥글다’고 하지만 한국이 프랑스나 스위스에 비해 열세인 것은 분명하다. 스포츠는 객관적으로 기사를 쓰기가 힘들다.

때로는 객관적으로 기사를 쓰면 기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1997년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대회때 티에리 앙리와 다비드 트레제게가 투톱을 이룬 프랑스를 상대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2-4 패)고 기사를 쓴 것을 지금 보면 쓴웃음만 나온다. 우리의 전력이 열세라고 해도 긍정적으로 쓸 수 밖에 없는 것이 스포츠기사의 한계다.

이번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외신들은 프랑스와 스위스를 16강 진출 후보로 꼽고 있다. 스포츠 기자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16강 진출이 쉽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들의 눈높이에 걸맞게 최소 16강에 진출하라고 자신 있게 쓰지 못하는 이유는 그나마 열악한 한국축구의 현실을 손바닥만큼이라도 알기 때문이다.

겨우 14개의 프로구단, 관중 없는 스탠드, 중계를 외면하는 방송사 등을 감안할 때 한국축구가 일궈낸 한일월드컵 4강 신화나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작지 않은 기적이다.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도 이번이 겨우 4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다.

최근 일부 외신에서 “한국에는 A매치만 있다”고 지적한 것은 정말 가슴 아프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을 당시에는 누구나 프로축구의 중흥을 예견했다. 그것도 잠시 K리그는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1년에 5~6차례 열리는 A매치에만 팬들이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1차 목표인 16강 진출 도전에 나서는 아드보카트호는 기술이 뒤지는 치명적인 약점을 체력과 정신력으로 극복하려고 하지만 체격이 좋고 힘이 좋은 유럽축구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지금처럼 월드컵에 목 매는 현재의 분위기라면 16강 진출에 실패했을 경우 여론 재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오늘 밤의 결과 뿐 아니라 이번 월드컵의 성적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준비를 하자. 월드컵은 4년 뒤에도 계속된다.

여동은 스포츠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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