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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리 노동시장의 3가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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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리 노동시장의 3가지 함정

입력
2006.06.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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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국 정부에 고용정책을 권고하면서 노동시장의 세 가지 함정을 지적한다. 첫번째 함정은 저임금 함정으로 근로소득이 소득세 증가 및 사회보장혜택의 감소 등으로 인한 근로비용보다 작아서 순(純)근로소득이 마이너스(-)인 상태를 의미한다.

두번째 함정은 실업함정으로 실업자 및 그 가족들에게 제공되는 복지혜택이 근로소득에 비하여 큰 경우 발생하며, 이 경우 실직자의 눈높이 임금이 높아져서 실업이 장기화되게 된다. 마지막 함정은 비경제활동 함정으로 실업자가 실망실업자화하여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이 함정에 빠진 인력들이 많을수록 국가의 인적자원의 활용도는 낮아져서 성장률이 하락하게 된다.

● 비정규직 함정 OECD보다 깊어

OECD가 지적한 3대 함정을 우리나라 특유의 이중 노동시장 구조에 맞추어 재해석한다면 비정규직 함정, 저숙련 함정, 비경제활동 함정으로 재설정할 수 있다. 먼저 비정규직 함정은 한번 비정규직 근로를 할 경우 좀처럼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의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OECD 평균인 30%의 절반 수준이어서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함정의 깊이가 OECD 제국들에 비하여 더 깊음을 알 수 있다.

두번째 함정은 저숙련 함정이다. 우리나라 재직근로자의 직업훈련 참가율은 14.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OECD 평균 37.1%, 2004년). 우리나라 직업훈련체계는 훈련 참여율이 매우 낮다는 점 외에도 계층 간 직업능력 개발의 불균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추가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고용형태별로 상용직의 직업훈련 참여율은 36.2%인 반면 임시직은 10.7%, 일용직은 2.6%, 자영업자는 0.4%, 실업자는 6.6%에 불과하여, 직업훈련 참여의 양극화가 완연하다. 이는 직업훈련의 양극화→생산성 양극화→취약계층 저숙련 함정에 집락화(cluster)라는 악순환을 발생시키게 된다.

마지막으로 비경제활동 함정은 여성과 고령자 계층에서 깊게 나타난다. 높은 출산육아 비용은 여성으로 하여금 비경제활동 함정에 빠지게 하여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 곡선은 30대에서 함몰하는 후진국형 M자 곡선을 그린다. 여성의 비경제활동 함정은 대체로 근로시간 제도가 경직적일수록, 보육시설로의 접근성이 제한될수록 깊어진다.

한편 고령자의 경우 연령차별 및 경직적인 연공서열 보수체계로 인하여 근로자 생애가 50세 전후에서 번지점프화한다는 점, 그리고 지식기반경제에 적합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외에도 계속근로에 대한 세제상 인센티브 부재, 고령자를 위한 직업능력개발 프로그램 부재, 고령자 근로시 연금수급액 감소 등은 고령자의 비경제활동 함정을 더욱 깊게 한다.

고용정책은 전술한 3대 노동함정 해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이를 위한 고용전략도 큰 틀에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첫째, 백화점식 고용정책은 자제되어야 한다. 명의의 처방은 문제의 근원을 정확히 진단하고 효과적인 처방을 내놓는 것이다. 현재에는 많은 고용전략 아이디어가 난무하다 보니 정책지도가 산만하게 얽혀서 개별정책의 효과성 검증도 어려운 모습이다. 3대 함정 해소와 같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부분에 정책역량을 집중해 가야 한다.

● 이중노동시장 구조 개혁해야

둘째, 함정 해소의 근원에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도사리고 있다. 노동시장 만병의 근원인 이중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구조개혁정책이 필수적이며, 정치논리에 의해 정책이 실종되어서는 곤란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2년 동안 국가 전체의 화두가 되었다가 정치권에서 잠수해버린 비정규직 입법안을 들 수 있다.

셋째 화려한 정책 비전보다는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효율적인 집행을 위한 차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발표되어 30조가 넘는 재원이 소요된다는 저출산ㆍ고령화대책 역시 나열식으로 정책들을 벌리기보다는 단기과제와 장기관제로 분류하여 비용효과성이 큰 정책을 차분히 실시해가야 할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ㆍ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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