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때이니 만큼 축구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축구는 최전방 공격수에서 골키퍼까지 11명의 선수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움직일 때 좋은 경기를 펼친다고 평가되며 승리할 가능성 역시 높다. 선수마다 포지션이 다르고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를 풀어 가는데도 방어보다 공격에 더 많은 선수를 투입하거나 반대로 수비에 중점을 두는 등 전술적 선택을 하지만, 모든 선수를 공격수 또는 수비수로 운영하는 극단적인 전술은 사용하지 않는다. 한쪽으로만 너무 쏠리면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고 다른 쪽에 허점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투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에 있어 항상 강조되는 포트폴리오 전략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여러 종목으로 분산투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의 성향이나 조건에 따라 그 비중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공격적인 상품과 안정적인 상품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류를 좇아 펀드에 과도하게 투자했다가 빠질 때 한꺼번에 썰물처럼 빠지는 식의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일정부분은 정기예금 같은 안전한 확정금리 상품으로 남겨두는 지혜도 필요하다. 주목은 덜 받지만 위기상황에서 안전판 역할을 하는 축구의 수비수와 같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테크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주가 상승에 힘입어 주식형 펀드 등의 수익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바 있다.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펀드 비중을 높인 투자자일수록 그 성과물도 화려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증시의 조정 모습이 완연해지며 수익률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둔화하는 모습이다. 펀드로의 자금유입세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해가 적극적인 공격위주의 전략이 유효했다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수비를 강화하는 방어적인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격진 전체를 수비수로 돌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여전히 투자상품을 통한 수익성 제고 전략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시장상황에 맞춰 일부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하거나 대체상품으로 갈아탈 수는 있겠지만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펀드에 대해서까지 굳이 서둘러 환매한다거나 투자전략 자체를 크게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투자 기회를 저울질 하고 있는 예비투자자라면 가격이 한창 올라 수익률이 급등하는 시기보다는 오히려 조정을 받고 있는 때가 저가 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한상언 신한은행 올림픽선수촌지점 PB팀장 hans03@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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