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내고 보니 그 동안 ‘미생물 분자생물학 리뷰(Microbiology and Molecular Biology Reviews·MMBR)’ 70년 역사에 한국인이 논문을 발표한 적이 한 번도 없다더군요. 논문을 보내달라는 이메일이 하루 30통씩 쏟아집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가장 자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교수가 이상엽(42·생명화학공학과 LG화학석좌교수ㆍ사진) 교수일 것이다. 12일 이 교수는 또 다시 학계의 관심을 주목시켰다.
제자인 한미정(31ㆍ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연구원) 박사와 함께 대장균 단백체(prteomics)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총정리한 78쪽짜리 리뷰 논문을 써 MMBR에 게재한 것. 1년 간 고작 30여편의 리뷰 논문만 실리는 이 학술지는 영향지수 17로 미생물 분야 최고이다.
1975년 시작해 3세대까지 발전한 대장균 단백체 연구기술, 이를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1,627개 단백질 정보를 총망라한 이 교수의 논문은 벌써 대장균 단백체 연구의 바이블로 꼽히고 있다. 논문을 심사한 리뷰어들이 이 교수에게 “정리가 아주 잘 돼 있으니 정보를 전달한 웹사이트를 아예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해왔고, 이 교수는 사이트(eecoli.kaist.ac.kr)를 준비중이다.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생물학에 접목시키는 연구를 하는 이 교수는 지금까지 202건의 국내외 특허를 등록 또는 출원했고, 2001년에는 대한민국 특허기술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산업화 응용에 주력하는 연구자다. 이 교수는 “늘 응용을 염두에 두고 미생물을 연구해왔지만 역시 기초가 튼튼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 1년간 대장균 단백체 연구를 총정리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왕성한 연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5월 웹상에서 대사 반응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가상세포 분석시스템인 ‘웹셀’을 구축, 영국 생물정보학 학술지인 ‘바이오인포메틱스’에 발표했다.
3월 10여종의 암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마커 물질(네오노보)을 발견, 바이오벤처 ㈜메디네제스와 암 진단시스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생분해성 고분자, 청정 용매 등에 필요한 숙신산을 대량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도 올 3월이다.
지난해엔 ㈜메디제네스와 상처 치료효과가 뛰어난 드레싱제 ‘힐라덱스’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절차에 착수했다.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208편에 달하며 1998년 정부가 선정하는 젊은 과학자상, 2000년 미국화학회가 주는 엘머 게이든상, 2005년 한국공학한림원의 젊은 공학인상 등을 받았다.
이 교수는 “대학원 시절 MMBR(당시엔 MBR)은 교과서처럼 쓰던 학술지였다”며 “언젠가 저기 한번 논문을 내야지 했는데 20년쯤 지나 소원을 이루었다”고 뿌듯해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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