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5월 시 장원에 김대진(한솔고) 군의 ‘만두’가 뽑혔다. 이야기글 부문에는 정동호(연수고) 군의 ‘피노키오가 하늘을 바라본 까닭’, 생활글 부문에는 김애진(기장중) 양의 ‘벗고 벗겨주고 싶다’, 비평글 부문에는 박신영(민족사관고) 양의 ‘프랑켄슈타인인가 멋진 신세계인가’가 각각 장원에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만두 / 김대진
사월 초파일 큰길 옆 가로등에 연등이 매달려있다.
산은 엷은 구름을 향처럼 축축하게 피워 올리고
나는 창호지를 바른 듯 희미하게 배어나던 삶을 생각해본다.
허공에 떠올라 황금 같은 얼굴을 나는 감히 바랄 수 없다.
금줄에 맨 듯 연등은 설게 익은 몸을 허공에 풀어내고
나는 또 그것이 제상에 오른 만두 같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물수제비처럼 스치듯 떠오르는 것이다.
제갈공명이 죽은 이들의 넋을 달래려 빚었다는 만두.
어떤 설움으로 저렇게 빛나는 얼굴들을 공중에 매어 놓았을까.
얼마나 큰 도량으로 저렇게 풋풋한 삶들을 베어 물다니.
나 장닭처럼 첫 울음 우는 날 몇 개의 얼굴이 등불처럼 떠올랐으나
영영 세상 가는 날 누가 있어 저렇게 몸을 흐릴까, 생각하니
홀로 속이 빈 만두가 되어 이내 불상처럼 깊어지는 것이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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