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학자와 공학자가 9~12차원 공간에 대한 물리학자의 강연을 들었다. 공학자는 당혹스러웠지만 수학자는 즐겁게 강연을 들었다. 공학자가 수학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그런 것을 이해하나요?” “과정을 단지 눈에 보이게(visualize) 하면 됩니다.” “어떻게 눈에 보이게 하나요, 9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인데?” “쉬워요. 먼저 N차원 공간을 보이게 한 다음에, N에 9를 대입하면 됩니다.”
#2. 물리학자와 공학자가 열기구를 타고 가다 길을 잃었다. 그들은 계곡을 향해 소리쳤다. “여보세요!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 거죠?” 그들은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들었다. “당신들은 열기구 안에 있어요!” 이를 들은 물리학자가 “저 사람은 수학자임에 틀림없어”라고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는 공학자의 질문에 물리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완벽히 옳은 말이지만, 전혀 쓸모가 없잖아.”
수학자들은 정의에서 출발해 논리적으로 한 치의 빈틈이 없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통념을 반영한 유머들이다. 물론 과장됐지만 고도의 추상 세계를 다루다 보면 이런 느낌을 풍기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고등과학원 황준묵(43) 교수를 만나 신이 부러워하는 수학세계의 정수를 엿보도록 한다.
황준묵 교수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4편의 논문을 통해 변형불변성 문제라는 것을 증명했다. 40년간 풀리지 않던 난제를 홍콩대 목 교수와 공동으로 8년만에 해결하면서 황 교수는 국제 수학계의 떠오르는 리더로 자리잡았다. 올 연말 열리는 국제수학자총회(ICM) 초청강연자로 선정된 것도 이에 대한 것. 앞서 1999년에도 황 교수는 라자스펠트 예상이라는 15년간의 미제를 풀었다.
황 교수는 오로지 머리 속으로만 연구한다. 그의 분야는 복소 기하학. 실수(제곱하면 0 또는 양이 되는 수)와 허수(제곱하면 음이 되는 수)를 포함한 복소수를 기초로 한 공간이다.
황 교수는 실수와 복소공간의 관계를 알루미늄박과, 여기에 전기를 연결했을 때 형성되는 전자기장의 공간으로 비유한다. 하지만 이것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복소공간에서의 차원은 실수의 2배가 된다. 황 교수는 머리 속에 지어놓은 4~6차원의 복소공간에 매일 들어가 하루하루 공간을 탐험한다.
도대체 이런 공간으로 뭘 어쩌려는 걸까? 황 교수는 “그림으로 시각화하면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이 직관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소 기하학이 처음 비롯된 것은 19세기. 당시 미적분, 함수 등이 크게 발전하면서 문제가 엄청나게 복잡해졌다. 그 중 최대의 관심사가 삼각함수와 로그함수를 일반화한 아벨함수를 푸는 것이었다.
그런데 리만이라는 수학자가 영역에 대해 일반화한 ‘리만 면(Riemann surface)’의 기하학을 푸는 것과 아벨함수를 푸는 것이 결국 같은 문제라는 것을 알아냈다. 시각의 힘을 이용하면, 복잡한 문제가 답부터 보인다는 것이 황 교수의 설명. 책장에 꽂힌 수십만권의 책 중 하나의 책(답)을 찾는데, 함수가 1권부터 차근차근 책장을 뒤지는 것이라면 기하학은 책장 전체를 한 눈에 보고 찾는 것과 비슷하다.
황 교수가 풀어낸 변형불변성 문제는 현실에서 자기부상열차를 띄우거나 신약을 개발하는데 당장 응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 어느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황 교수 자신은 이 해법을 이용해 비슷한 문제를 많이 풀어냈고 20여편의 논문을 생산해냈다.
시각적으로 답을 찾아낸다고 해도 이를 남들에게 알리려면 똑 같은 증명과정을 거쳐야 한다. 황 교수는 “문제는 푸는 희열의 순간이 지나면 수학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논문쓰기가 남아있다”고 말한다.
그는 변형불변성 증명을 완성한 마지막 2005년 논문을 위해 2년간 연구를 하고 1년간 논문을 썼으며 출판하는데 3년을 기다렸다. 연구보다 리뷰에 더 오래 걸린 것이다. 수학 논문의 리뷰는 다른 학문과 달리 리뷰어가 모든 증명과정이 맞는지를 ‘검산’한다. 간혹 이 단계에서 오류가 발견된다.
같은 수학자라고 해서 이러한 논문을 잘 읽는 것은 아니다. 논문을 봐도 기본 아이디어는 이해가 안 가거나 읽는 데 시간이 너무 걸려 수학자들은 작은 심포지엄을 열기를 즐긴다.
마치 생물학자들이 실험을 직접 봐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직접 듣는다고 다 이해되는 것도 아니에요. 어떤 경우는 도통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수학자들끼리도 이해를 못하겠다며 머리를 흔드는 수학의 세계가 거기, 그들의 머리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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