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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 사진전/ 위선 그리고 황당한 시츄에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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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 사진전/ 위선 그리고 황당한 시츄에이션

입력
2006.06.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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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같은 가짜, 허풍과 위선. 사진작가 강홍구(50)의 눈에는 우리 사회의 그런 면들이 쏙쏙 들어오는 모양이다. 디카로 찍고 합성한, 썰렁하거나 우스꽝스런 장면들이 뒤통수를 친다. 쓴 웃음이 나기도 하고, 뜨끔하기도 하다.

로댕 갤러리에서 ‘풍경과 놀다’ 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 그의 사진전은 최근 10년 간 해온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린벨트로 묶여 쇠락한 근교, 겉보기만 그럴 듯한 드라마 세트, 항공기 소음 때문에 주민이 떠나버린 공항 근처 마을을 찍은 사진들은 한결같이 황량해 보인다. 쓰레기 더미, 잡초만 무성한 땅, 흉물스럽게 무너져 가는 집 등이 누추하기 짝이 없다. 초고속 압축 성장을 한 한국의 오늘이 한 꺼풀만 벗겨내면 이런 모양일 수도 있겠다.

그린벨트 연작 중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와 ‘세한도’(歲寒圖)는 자못 신랄하고 풍자적이다. 조선시대 강희안과 김정희의 그림 제목을 갖다 붙인 이 사진들은 원작 그림과는 딴판으로 전혀 고상하지 않다. 물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긴 고고한 은둔자는 더러운 물 웅덩이에 걸친 외나무 다리에 쭈그리고 앉은 채 고민에 빠진 듯한 노인으로 바뀌었고, 한겨울 추위를 견디는 소나무와 누옥의 우아한 지조는 쓰레기가 널린 휑한 벌판에 다 쓰러져가는 집과 볼품없이 앙상한 나무 몇 그루로 퇴락했다.

재건축 현장에서 주워온 게임 캐릭터 인형으로 연출한 ‘수련자’ 시리즈는 실소를 자아낸다. 울퉁불퉁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이 인형은 아무도 없는 폐허에서 황당한 무공을 뽐내고 있다. 깨진 유리 조각 위에 몸을 눕히거나, 음료수 페트 병을 상대로 주먹을 날릴 태세이거나, 버려진 철근 더미의 꼭대기에 위태롭게 매달리거나. 단호하지만 허풍스런 이런 모습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보다 더 안쓰럽다.

작가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온 또 다른 소품은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장난감 집이다. 한 귀퉁이가 잘려나간 언덕 아래 눈밭에, 건물 철거 현장의 먼지 날리는 길 한 복판에, 뒤로 산이 보이는 집의 담장 위에 오도카니 앉은 미키네 집은 주변 풍경과 따로 논다. 그런 부조화에서 오는 이질감은 익숙한 일상에 갑자기 뛰어든 물음표 같다.

작가는 2003년에 했던 개인전 도록에 이렇게 썼다. “나는 지극히 무의미한 가짜 사진을 만들고 싶었다. 미술 작품을 둘러싼 제도와 말과 이론이 너무 짜증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사진이 무의미하고, 공허하고, 황당무계하기를 바랐다.”

그는 자칭 ‘B급 작가’다. 초등학교 교사로 있다가 뒤늦게 미술대학에 가서 회화를 전공했고, 사진은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자칭 B급 작가가 A급 전시장인 로댕 갤러리에 들어온 게 재미있다. 전시는 8월 6일까지 한다. 집을 허물고 난 빈 터를 찍은 사진 위에 관객들이 집을 그려넣어 ‘풍경을 갖고 노는’ 체험도 할 수 있다. (02)2259-7781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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