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1시 20분 서울 지하철 전동차가 5호선 올림픽공원역에 들어와 차문이 열리는 순간 한 무리의 사람들이 허겁지겁 뛰기 시작했다.
10대 후반 학생에서 50대 중년 남녀까지 섞여 있다. 이미 발디딜 자리 없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옆 계단을 냅다 뛰어 오르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야, 먼저 가서 자리 맡아!” 여기저기에서 고음이 쏟아진다.
주말인 이날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엔 한 입시업체의 2007학년도 대입설명회가 열렸다. 간간이 천둥 번개가 치고 40㎜ 가량의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출입구 앞은 장사진을 이뤘다.
평소 약 4,000명을 수용하는 장소에 6,000여명이 몰렸다. 실내 행사장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로비와 지하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계되는 강사들의 설명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서울 성동구 한양대 체육관에서 열린 EBS의 입시설명회에도 학부모와 수험생 등 6,000명이 몰려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례행사로 굳어진 입시설명회
각 입시기관의 대입 설명회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이미 4일 서울 J학원, C학원 등을 비롯해 6일 E학원, 9일 K교육컨설팅의 입시 설명회가 개최됐고 어느 곳 하나 예상 인원을 넘기지 않은 곳이 없다.
이들 ‘설명회 헌팅족’의 마음은 한결같다. 해마다 입시 제도가 바뀌고 복잡해지는 추세 속에 진학에 도움이 되는 정보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일념 뿐이다.
전문가들은 ‘내신 50% 이상 반영’ ‘수능 9등급제’ 등 대입 제도가 크게 바뀔 2008년도를 앞두고 “이번 입시에서 끝내야 한다”는 심리가 학부모들을 입시 설명회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올해만 세번째”
설명회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정보 갈증을 풀어주기도 한다.
H여고 3학년 최모(19)양은 “학교에서 듣는 정보만으론 답답하다”며 “이 곳에서 설명을 들으면 앞으로 무엇에 더 신경을 써야 할지 머리 속이 탁 트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행사 내내 수첩에 깨알 같은 글씨로 설명을 받아 적던 고2 학부모 박모(50ㆍ여)씨는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해서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앞쪽 연단엔 모 유명 입시 전문가가 ‘수능시험에서의 탐구 영역 선택이 표준 점수 획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열강하는 중이었다. 고3 아들을 둔 김모씨는 “애들은 공부 하느라 시간 없어서 내가 주로 다닌다”며 “올해만 3번째”라고 밝혔다.
공교육이 정보의 축 돼야
한편에선 사설 입시기관이 공교육을 제치고 사실상 주요 입시 정보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론이 들린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사설 입시기관에서 정보를 얻어가면 갈수록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게 되고 결국 상업적으로 이용당하는 결과를 낳지 않겠냐는 우려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학교의 진학지도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교육 당국이 체계적인 진학 정보망을 구축하고 해당 교사 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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