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내 집회 자제” 방침을 고수해 온 서울대 총학생회가 수천명의 관중이 모이는 게임대회를 개최하기로 해 잡음이 일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11일 “O사가 주최하는 스타크래프트 리그 결승전을 23일 밤 10시 교내에서 열 것”이라고 밝혔다. 총학은 “대회에 이어 S배급사가 제공하는 영화를 상영한 뒤 24일 오전 4시 열리는 월드컵 한국-스위스 전 야외응원전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교내 행사지만 학내 반응은 달갑지 않다. 교내 소음에 대한 총학의 잣대가 사안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출범한 총학은 “소음으로 인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독선”이라며 중앙도서관 앞 집회를 줄곧 반대해 왔다. 심지어 4ㆍ19 기념일에 100여명의 학생이 집회를 강행하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듣도록 강요하지 말라”며 성명을 내기도 했다.
게임대회가 열리는 잔디광장은 중앙도서관에서 불과 70여㎙ 거리다. 또한 박진감 넘치는 전투 위주로 구성된 게임의 성격상 실감나는 진행을 위해 볼륨을 최대한 높이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들리는 소음의 강도가 일반 집회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O사 관계자는 “대회장에는 보통 수천~1만 명의 구름관중이 모여든다”며 “당연히 대형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가수들의 콘서트장 못지않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사회대 이모(28)씨는 “집회는 안되고 게임대회는 된다는 총학의 논리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입맛에 따라 행사를 유치하려는 총학의 자세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경영대 정모(27)씨는 “단 한명의 학습권이라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며 총학 스스로 정한 원칙을 방학이라고 해서 깨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학은 “올해 개교 60주년을 맞아 지역주민과 학우들이 하나가 되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마련했다”며 “방학인데다 한밤에 열리기 때문에 학습권이 침해된다고는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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