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철판을 자르고 용접해서 조각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미련할 만큼 고된 노동이다.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태훈의 ‘갤럭시’ 전은 그렇게 제작한 대형 작품 4점으로 관객 앞에 우주를 펼쳐보인다.
전시장은 검은 커튼으로 입구를 가려서 컴컴하다. 처음 만나는 작품 ‘은하수’ 앞에 서면 무수한 별빛의 세례를 받는다. 용접기로 철판 표면에 수없이 많은 구멍과 상처를 낸 다음 철판 안쪽에 전구를 설치해서 만든 효과다. 옆 방에는 ‘갤럭시’가 있다. 못처럼 짧게 자른 스테인레스 철근을 동심원 모양으로 이어 붙인, 지름 5m의 거대한 원반이다. ‘오로라’는 허공을 가로지르는 지름 6m의 철판 조각이다. 북극 하늘에 커튼처럼 드리워지는 오로라의 신비한 빛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블랙홀’은 야외에 놓여 있다. 지름 4.3m의 원반이 장시간 노출로 별의 일주 운동을 찍은 사진에서 보는 것 같은 원형 궤적으로 가득 차 있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서, 관객은 우주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들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먼지에서 탄생해 먼지로 사라지는 우주의 광대무변한 풍광과, 그 억겁의 세월을 잠시 통과하는 인간의 시간을 대면하는 진귀한 경험이다. 전시는 7월 9일까지 한다. (02)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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