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자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주식시장에서 주식 매도가 줄을 잇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주식시장에서도 투자자금이 연일 빠져나가고 있다. 주가는 속락하고 망연해진 일반 투자자들은 원인을 묻는다. 회자되고 있는 답은 ‘버냉키(Bernanke) 효과’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인 버냉키의 지난 5일 발언이 충격의 진원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미국 경제에 물가상승 압력이 존재한다는 진단을 피력하였다. 이것은 곧 연방준비위원회가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이에 주식시장이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버냉키 효과’ 때문일까?
이 설명은 얼핏 듣기에 그럴듯하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면 의구심이 떠오른다. 미국 통화당국은 2004년 6월부터 최근까지 이미 2년에 걸쳐 십여 차례 정책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그때마다 물가상승 압력의 증가가 언급되었다. 즉 미국 시장에서 물가상승 압력과 그에 대응한 정책금리 인상은 전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또한 정책금리가 인상되는 지난 2년 동안 미국의 주식시장이 위축되는 조짐은 없었다. 그 동안 물가상승 압력 증대 소식과 십여 차례의 금리 인상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주식시장이 이제 와서 새삼스레 버냉키 발언에 요동치고 있다는 해석에는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최근 주식시장 움직임은 투자심리의 변화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투자심리의 변화 시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원인을 딱 꼬집어 내는 것은 항상 어렵다. 예를 들어 1991년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승리한 뒤, 미국 소비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며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든 일이 있다.
유수 경제학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시 소비자 심리의 급냉각 원인은 여전히 미궁이다. 이번에도 어느 정도는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버냉키 발언처럼 따져 보면 새로울 것이 없는 사건이 투자 심리의 냉각으로 연결된 것이다.
최근의 국제자본시장 요동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일단 우리 경제의 근본여건이 아니라 미국 월 가(街)의 상황 변화가 우리 경제로의 자본유출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 때로는 그 상황 변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판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예측못한 가운데 자본유출입의 급변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국제자본시장의 현실이라는 점을 직시하여야 한다.
이 같은 인식은 일차적으로는 각 경제주체가 위험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자본 흐름의 급변은 주가, 환율 등의 급변을 낳기 마련이다. 이들 가격의 급변동은 항상 그 자체가 문제이기보다는 그로 인해 주요 경제주체의 금융건전성이 해쳐질 때 국민경제적 의미를 갖게 된다. 가격변동에 대해 각 경제주체가 사전적으로 대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간접투자 확산·장기화돼야
다음으로는 주식시장 투자구조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다소 기이한 현상은 미국보다도 우리나라, 인도 등의 주가하락폭이 더 크다는 점이다. 물가상승 압력과 금리 인상의 진원국인 미국보다도 외곽에서의 파장이 더 크게 나타나는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40%선이다.
나머지 60%는 국내투자자가 차지한다. 산술적 계산으로 보면 국내투자자가 주식시장의 흐름을 지배해야 하지만, 실제는 반대의 양상이다. 여기에는 국내투자자의 다수가 개인투자자라는 점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상당수 개인투자자는 분위기에 휩쓸리는 투자패턴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간접투자가 한층 더 확산되고 장기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국내경제 여건에 맞추어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안정적 기관투자가가 시장분위기를 주도하여야 한다.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그에 대한 대비책은 내부의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신인석ㆍKDI 경제전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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